KoreaWho
KoreaWho
기업과산업  바이오·제약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은행 매각방식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5-20 18:37:07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은행 매각방식  
▲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3일 서울 회현동 본점 강당에서 열린 '창립 11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은행만 남았다. 13년 동안 진행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종착역에 왔다. 증권부문은 대다수 팔렸고 지방은행도 매각이 마무리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아직 매각방법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여러 번 팔릴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3대 원칙’에 항상 발목이 잡혔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지주의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이 원칙에 맞게 우리금융 전체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가 10조 원에 육박하는 우리금융 전체를 인수할 곳은 거의 없었다. 결국 우리금융 아래 자회사를 증권, 지방은행, 우리은행 계열로 나눈 뒤에야 매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증권계열 매각은 마무리됐다. 우리파이낸셜은 지난 2월 KB금융에 인수된 뒤 KB캐피탈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F&I는 지난달 7일 대신증권이 최종 인수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도 NH농협금융에 인수됐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지난해 12월 각각 BS금융(부산은행)과 JB금융(전북은행)으로 넘어갔다.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6500억 원 규모의 법인세 문제는 관련 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면제의 길이 열리면서 해결됐다.

하지만 우리은행 매각은 난항에 빠져있다. 누가 되든 경영권 확립의 마지노선인 지분 30%를 사들이는 데 3조 원이 넘는 돈을 치러야 한다. 인수금액도 만만치 않지만 은행업 자체가 긴 불황에 빠져있는 것도 우리은행의 주인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 우리은행 매각방식은 여전히 ‘오리무중’


정부는 그동안 ‘3대 원칙’을 들어 우리은행이 특정 소유주 아래 들어가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금융 일괄매각 때마다 경쟁사인 KB금융이 유력 인수후보로 떠올랐던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6월 “우리은행을 주인없는 은행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며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지분을) 줘야 한다”고 밝히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그뒤 우리금융 증권계열과 지방은행 매각이 진행되면서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한 논의는 잠시 뒤로 미뤄졌다. 그러다 구체적 매각방법에 대한 논의가 지난 3월26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토론회에서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3대 원칙’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민영화를 하기 어렵다면 어떤 조건을 희생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칙을 지키느라 그동안 매각이 여러 차례 무산되면서 오히려 공적자금 회수가 늦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이 이에 맞춰 내놓은 매각방식은 ‘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이 방식을 선택할 경우 우리은행 지분 입찰 참가자는 먼저 정부에 희망가격과 인수하려는 지분수량을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순서대로 우리금융 지분 보유량 56.97%에 닿을 때까지 입찰자를 골라 낙찰을 결정한다.


이 토론회에서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에 대해 “일괄매각과 분리매각 방식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3대 원칙’을 심하게 어기지 않으면서 경영권을 노리는 사람과 재무적 이득을 바라는 이들 등 여러 투자자를 동시에 수용하는 방안이라는 뜻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엇길린 반응을 보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5월에 공고를 내고 매각해야 한다”며 찬성했다. 반면 엄영호 연세대 교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예측이 어려우며 얼마만큼 매각이 될지도 알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은 그 특성상 여러 명의 주주가 지분을 나누는 과점주주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입찰자를 오직 가격의 높고 낮음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원하는 만큼 지분을 사려면 막대한 돈을 써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은행 지배권을 원하는 입찰자가 경쟁에 나설 이유가 약해진다. 현재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너무 돈이 많이 든다면 우리은행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분을 두 그룹으로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지분 10% 이상을 원하는 쪽은 일반경쟁 입찰을 적용한다. 일반경쟁 입찰은 정부가 입찰자가 써낸 가격 외에도 비재무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10% 미만의 지분만 사려는 쪽은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적용한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은행 매각방식  
▲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인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5월28일 오전 제3회 KERI 포럼에서 '고용우선의 경제운용'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은행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는 것은 경영권을 지니겠다는 뜻”이라며 “경영권 보유를 가격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 미만은 희망수량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다만 10% 이상은 일반경쟁 방식으로 매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정부가 여전히 우리은행 매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며 비판한다. 정치권 및 은행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지급결제 및 금융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핵심채널이기 때문에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인수자가 될 수 있다”며 “따라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매각결정에 관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3대 원칙’과 관련된 규제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령 정부는 현재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4% 이상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비금융주력자는 비금융회사 자본이 2조 원을 넘거나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를 뜻한다.


우리금융 회장을 역임한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 3일 우리은행 매각에 대해 “사고 싶지도 않은 물건을 사지도 못하게 해 놓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 밑천이라도 건지려면 살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교보생명처럼 사모펀드가 우리은행 지배적 지분을 사려는 것도 (정부는) 안 된다고 한다”며 “연금이나 기금도 안 된다, 외국은행도 재벌도 안 된다고 하면 살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희망수량 경쟁입찰에 대해서도 “10~15%씩 쪼개서 판다고 해도 그만큼 살 사람이 누가 있냐”고 반문했다.

지난 3월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원 고려대 교수가 “‘3대 원칙’으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우리은행의) 매각가치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115년 역사 우리은행의 현주소는


우리은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을 이어받았다. 1899년 1월 대한제국 황실자본과 조선상인이 합작해 만든 국내 첫 은행 ‘대한천일은행’이 우리은행의 전신 중 하나다. 대한천일은행은 1910년 조선상업은행으로 바뀌었고 훗날 상업은행이 됐다.


우리은행의 다른 전신인 한일은행의 발자취도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일은행은 1930년대 설립된 조선신탁주식회사와 조선중앙무진주식회사가 해방 후 합병하면서 생겼다. 이후 1960년대 한일은행으로 바뀌었다.


두 은행은 외환위기 후유증이 남아있던 1999년 1월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으로 탄생했다. 한빛은행은 당시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총자산 100조 원을 넘긴 대형은행이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세계 100위권 은행에 가장 먼저 진입했다. 이후에도 연이어 부실 금융회사로 지목된 평화은행과 하나로종금, LG투자증권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2001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했을 때도 우리은행은 가장 중요한 자회사로 꼽혔다. 우리금융지주 초대 CEO인 윤병철 회장이 그해 4월2일 회사 출범식을 연 곳은 서울시 회현동 한빛은행 본점이었다. 2002년 5월 국민공모 방식으로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은행 매각방식  
▲ 1998년 7월31일 당시 배찬병 상업은행장(왼쪽)과 이관우 한일은행장(오른쪽)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두 은행을 '한빛은행'으로 합병할 것을 합의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 투입된 막대한 공적자금은 아직도 모두 회수되지 않았다. 2001년 3월까지 투입된 12조8천억 원의 공적자금 중 회수한 금액은 5조8천억 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네 번씩 지분 블록세일을 해 거둬들인 돈이다. 13년 동안 이자는커녕 원금도 복구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경영상황도 지난해 은행업 불황을 겪으면서 악화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89%다. 전년 동기(1.66%)보다 훌쩍 높아졌다. 지난해 STX그릅과 쌍용건설 등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을 지원하면서 고정이하여신이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뜻한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359억 원과 5760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2년 둘 다 1조 원을 훨씬 넘겼다. 6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해 이자 수익이 감소했다”며 “지난 4월 카드사업이 분사하면서 관련 이익이 1분기까지만 반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그나마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1분기 30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0억 원 증가했다. 카드 분사 여파와 종금 라이선스 만료 등의 악재를 이겨내고 거둔 성적이라 의미가 깊다.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이 은행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총자산 248조 원의 대형은행으로 방대한 영업망과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전국 지점과 출장소를 합쳐 총 989개의 영업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영업망이다. 중국부터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해외에서 여러 곳에 현지법인을 내고 있다.

긴 역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가치도 우리은행의 강점이다. 우리은행은 지금도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과 함께 ‘4대 시중은행’으로 불린다.

지난달 25일 이 은행들이 모두 참여한 서울시 자금관리 금고를 결정하는 경쟁에서 승리해 26조 원의 서울시 예산 관리 권한을 받았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1915년 조선상업은행 시절부터 (서울시금고를) 100년 동안 해왔으니 앞으로 100년은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력만큼은 다른 은행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최신기사

국수본 특별수사단 대통령실 압수수색 불발,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로 확보
국수본·공수처·국방부 공조수사본부 출범, "중복수사 혼선과 비효율 해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 2026년까지 자회사로 운영 뒤 통합
삼성전자 노조 윤석열 탄핵 집회에 동참, "민주주의 위해 끝까지 맞설 것"
태영건설 137억 규모 유상증자 추진, 출자전환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
국내 3대 신용평가사, LGCNS 신용등급 전망 'AA- 긍정적' 상향 조정
현대차그룹 유럽 4위 '위태', 토요타 하이브리드 약진에 소형 전기차로 맞불
윤석열 내란 혐의로 대통령실 7년 만에 압수수색, 경호처 거부로 차질 빚어
[오늘의 주목주] '경영권 다툼 소강국면' 고려아연 8%대 내려, 신성델타테크 18% 급등
한덕수 "12·3 계엄 선포 전 정상적 국무회의 운영되지는 않았다"
koreawho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