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수서발 고속철(SRT)를 운영하는 SR에 따르면 철도 플랫폼을 활용한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철도 플랫폼은 좁게는 승강장의 의미를 지니지만 넓게는 철도와 관련한 모든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틀어 말한다.
SR 관계자는 “데이터를 활용한 새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철도와 관련한 다양하고 세분화된 정보들을 이용해 새 먹거리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철도 이용률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출퇴근시간 등의 철도 이용정보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열차 주변의 택시 이용량과 관련된 데이터 등 열차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 먹거리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10월 초 SR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전략부’를 신설하며 이런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미래전략부는 SR의 신사업 발굴 업무를 핵심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정책과 사내벤처뿐 아니라 GTX-A 운영 준비 등도 담당하게 된다.
SR에선 “기존에 수서고속철을 운영하는 데서 오는 수익이 대부분이었지만 새 사업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래전략부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SR이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올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과도 관계가 있다.
SR은 올해 6월 발표된 2019년을 평가대상으로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미흡(D)’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임기 2년차인 권 사장은 ‘경고’를 받았다.
기획재정부 공기업 경영평가단이 내놓은 ‘2019년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보고서’의 세부 지적사항을 살피면 SR은 ‘주요사업 계량사업 구성의 적정성 및 목표의 도전성’ 항목에서 ‘D0’등급을 받으며 가장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기재부는 “SR은 신규차량 도입 이전까지 차량 운용 총용량의 한계를 감안해 지속적 매출 상승을 도모하기 위한 창의적 마케팅과 사업 다각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또 “향후 지속성장과 더 세밀한 고객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혁신문화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활용과 철도 플랫폼을 폭넓게 활용한 창의적 마케팅 전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권 사장이 올해를 석 달가량 남기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올해를 평가대상으로 한 내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SR이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하다고 평가받았던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해서 힘을 쏟고 있는 점도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SR 관계자는 “9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2020년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을 마치면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장애인 채용 의무인원과 고졸 채용인원을 모두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철도 분야의 여성인력이 워낙 부족해 여성임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성임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늘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SR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신설한 ‘법무지원부’와 ‘승무운영부’에 여성부서장을 발탁했다.
SR은 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기재부로부터 장애인 의무 고용실적과 고졸 채용, 여성임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공기관은 전체 직원의 3%를 장애인으로 의무 채용해야한다.
하지만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올해 국정감사를 대비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SR의 장애인 채용 인력은 지난해 기준으로 7명에 그친다. 채용 의무인원인 22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다만 SR은 2016년 SRT 개통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왔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사상 첫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돼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SR은 지난해 매출 약 6669억 원, 영업이익 327억 원, 순이익 184억 원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매출 5200억 원, 순손실 300억 원을 보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
SR은 2018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며 2019년 처음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대상에 포함됐다.
권 사장은 한국철도의 전신인 철도청에서 근무하다 한국철도로 자리를 옮겨 철도분야에서만 3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철도맨’이다.
2018년 8월 취임한 권 사장의 임기는 2021년 8월까지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권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한국판 뉴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25년까지 5484억 원 투자와 3384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국민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철도 플랫폼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