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막스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컨테이너선이지만 2016년 파나마 운하가 확장공사를 거쳐 재개통된 뒤로는 잘 쓰이지 않는 선박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분류되는 1만2천~1만5천 TEU 규모의 네오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이 태평양 횡단 항로에 주로 투입된다. 그런데 네오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도 최근 단기 용선료가 하루 3만 달러에 이르며 2019년의 3배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글로벌 물동량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컨테이너선 수요는 늘어나는데 선사들이 보유한 가용 선박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크기가 작은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까지 운송에 동원되고 있다.
해운시장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용선시장의 컨테이너선 가운데 1.85%만이 용선처를 찾지 못했다. 5월까지만 해도 11.6%의 컨테이너선이 쉬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물동량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3사로서는 컨테이너선시황 개선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시황 변화에 맞춰 컨테이너선 발주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3사는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팍로이드(Hapag-Lloyd)의 2만3천 TEU급 컨테이너선 최대 12척과 대만 컨테이너선사 에버그린(Evergreen)의 1만5천 TEU급 컨테이너선 최대 10척의 수주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 선주사 코스타마레(Costamare)가 1만5천 TEU급 컨테이너선 6척의 발주계획을 내놓으며 새롭게 조선3사의 수주 영업 대상이 됐다.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프로덕트파트너스(Capital Product Partners)와 이스라엘 해운사 짐(ZIM)도 1만5천 TEU급 컨테이너선의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척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컨테이너선사 원(ONE, Ocean Network Express)도 코로나19로 중단했던 2만3천 TEU급 컨테이너선 발주계획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올해 1~9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3% 줄어든 975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그치고 있다.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수주목표의 21.2%를, 삼성중공업이 11.9%를 채웠다. 한국조선해양은 아직 9월 누적 수주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8월 기준으로 수주목표의 26%를 달성했다.
조선3사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잔고상의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앞서 12일 쇄빙LNG운반선 6척을 수주해 한꺼번에 2조 원가량의 수주잔고를 쌓은 것이 좋은 사례다.
그러나 조선3사의 LNG운반선 건조능력은 각 조선사가 1년에 20척 안팎으로 한계가 있다. 조선3사가 LNG운반선만으로 수주잔고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해 다른 선박들의 수주가 필요하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3사에게 LNG운반선 수주는 상수이고 LNG운반선 이외 상선들의 발주 재개가 중요하다”며 “새롭게 발주가 추진되는 컨테이너선들은 실제 수주계약 체결까지 조금 기다려야 하겠지만 컨테이너선 건조시장이 회복되는 것은 다행이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3사가 잇따른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제각기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하팍로이드, 에버그린, 원은 컨테이너선을 LNG추진선으로 발주한다. 조선3사가 LNG추진선의 설계능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시장의 경쟁자인 중국 조선사들에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새롭게 발주를 추진하는 선주사나 해운사들은 아직 선박의 추진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
그리스 선사들은 전통적으로 최고 품질의 선박을 사들여 비싼 용선료로 10~15년을 사용한 뒤 중고선박시장에 되파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선박 건조기술이 뛰어난 한국 조선사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스라엘 짐의 발주건만이 수주 조선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분석된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최근 선주사들로부터 대형 컨테이너선의 건조 문의가 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선박 건조가격이 낮아진 지금을 발주 적기로 보는 것 같다”며 “야드 슬롯에 여유가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선박을 수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