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좀처럼 유럽시장에서 판매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유럽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전기차 ‘아이오닉5’를 유럽에서 먼저 출시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9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는 9월에도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자동차 판매를 늘리지 못하면서 9개월 연속 판매 감소세를 이어갔다.
현대차는 9월 유럽 전체시장이 증가세로 돌아섰는데도 1년 전보다 판매량이 4.6% 줄었다.
올해 들어 한 번도 1년 전보다 판매량이 늘지 않은 것인데 7월부터 3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기아차와 사뭇 다르다.
기아차는 유럽시장 판매량이 1년 전보다 7월 11.9%, 8월 18.7%, 9월 3.2% 늘었다.
유럽은 현대차에게 북미와 국내,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으로 전기차시장의 글로벌 격전지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시장은 탄소배출 규제에 따른 징벌적 벌금, 보조금 확대, 신규 모델 출시 증가 등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유럽은 올해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팔리며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최대 전기차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전기차시장 글로벌 리더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는 만큼 누구보다 유럽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유럽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7월 말 기아차 미국사업을 이끌던 마이클 콜 사장을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으로 전격 발탁하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유럽시장의 환경 변화로 내연기관차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차 판매가 생각보다 늘지 않으면서 전체 판매량이 좀처럼 증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월만 보더라도 현대차는 유럽에서 전기차 9천 대를 팔았다. 1년 전보다 177% 늘었지만 기아차가 보인 전기차 판매 증가세 295%보다는 크게 낮다.
이와 달리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19 이후 각 정부의 보조금 확대 등으로 9월 기준 독일 337%, 프랑스 220%, 영국 166% 등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코나EV를 주력 전기차모델로 삼고 있는데 화재사고에 따른 글로벌 리콜로 앞으로 판매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코나EV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리콜을 시작한 다음날인 17일에도 경기 남양주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정 회장이 유럽 전기차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오닉5의 유럽 출시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유럽은 내년부터 강화한 탄소배출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내연기관차를 팔면서도 배기가스 관련 폭탄 벌금을 맞지 않으려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크게 늘려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완성차업체의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1대당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95g/km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는데 이를 어기면 초과 배출량 1g당 95유로(약 13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현대차가 내년부터 강화하는 유럽연합(EU)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2019년 기준으로 내야하는 벌금은 3조 원에 이른다.
▲ 영국 '런던 아이'를 배경으로 한 현대차 아이오닉 론칭 광고. |
아이오닉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는 차세대 전기차인데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돼 코나EV의 화재원인으로 지목된 LG화학 배터리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국내보다 유럽에 아이오닉5를 먼저 출시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모델을 빼고는 지금껏 새 모델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내놨다. 글로벌 론칭을 하더라도 국내 판매를 우선했는데 아이오닉5를 유럽에서 먼저 내놓는다면 이례적 선택일 수 있다.
현대차는 8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을 론칭하면서도 영국 런던에서 ‘런던 아이’를 배경으로 출시 이벤트를 가장 먼저 진행하며 유럽시장에서 기대감을 높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아이오닉5 출시일정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