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 계열사인 CJ대한통운과 CJ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네이버와 주식 맞교환 형태의 지분투자를 해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CJ그룹과 네이버의 협력은 이 회장의 사업재편 전략의 방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투썸플레이스 등과 같은 부진한 사업을 털어내며 CJ그룹의 주력사업을 CJ제일제당의 식품, CJ대한통운의 물류, CJENM의 미디어사업으로 재편하는데 주력했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기업 슈완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CJENM과 CJ대한통운은 구체적 성장전략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쿠팡 등 신규 경쟁사로부터 전통 택배시장을 위협받고 있고 CJENM은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광고업황이 위축되며 역성장 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현실에서 네이버는 CJ그룹의 약점을 메워주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CJ그룹은 유통·물류분야에서 국내 1위로 꼽히고 있지만 최근 유통·물류분야는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 물류시장에서는 기존 사업자인 페덱스, UPS 등이 아마존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아마존이 물류업을 시작하면서 주요 고객에서 경쟁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여전히 페덱스의 가장 큰 고객이라는 점에서 두 기업의 관계는 복잡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커머스기업인 쿠팡 등이 ‘로켓배송’과 같은 택배사업을 시작하면서 전통적 물류업체들도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과 같은 유통·물류기업은 데이터 분석 등 IT기술을 물류사업에 접목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는 이런 CJ그룹의 부족한 디지털역량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J대한통운은 이미 올해 4월부터 풀필먼트(물류 일괄대행)서비스를 놓고 네이버와 협력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물류업체가 판매업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배송부터 보관, 재고관리, 교환과 환불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대행서비스다. 외국에서는 아마존이, 국내에서는 쿠팡과 이베이코리아가 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으로 풀필먼트센터를 자체적으로 갖추지 않고도 CJ대한통운의 인프라를 활용해 물류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CJ대한통운은 36만여 개에 이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를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물류시스템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면 네이버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면 물건이 언제,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CJENM과 네이버의 협력도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CJENM이 보유한 음악, 공연, 영상 콘텐츠를 네이버TV 등 네이버의 플랫폼에 온라인화 할 수 있다는 점이 CJENM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네이버는 라인과 브이라이브 등 일본과 동남아에서 영향력이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또 네이버의 웹툰을 활용해 CJENM이 드라마로 제작하는 등의 협력도 예상된다. 네이버는 웹툰분야 글로벌 1위 사업자이며 올해 8월 월간 거래액이 8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 내에서 디지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는데 네이버와 협력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협력이 구체화되면 CJ대한통운과 CJENM의 사업방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