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아직도 수입명품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가 겁나는 것일까? 현대차가 서울 도산대로에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체험형 매장)를 열기로 했으나 벌써 2년째 공사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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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대로에 위치한 현대차 플래그십 스토어는 2년째 공사중이다. |
플래그십 스토어는 기존 대리점과는 차원이 다르다.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에쿠스나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 프리미엄 차량을 효과적으로 전시하고 체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다. 특히 현대차는 수입 명품차들의 전시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 도산대로에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2012년 7월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건물을 보증금 30억원에 2019년까지 7년 동안 장기 임대했다. 6층 전체를 모두 플래그십 스토어로 꾸민다는 계획이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바로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 때 현대차는 드디어 '싸구려차' 이미지를 벗어도 좋다는 자신감을 스스로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차는 프래그십 스토어 계획을 발표할 당시 "플래그십 스토어는 고급차 시장에서 BMW, 벤츠, 아우디에 대응하는 럭셔리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플래그십 스토어는 여전히 공사중이다. 벌써 2년째 공사만 하고 있다. 현장에는 일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2년 동안 공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는 텅 빈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도산대로 공간을 마련한 뒤 애초 완공목표는 2013년 3월이었다. 그러나 소리소문없이 연기됐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정본부장(부사장)은 2013년 7월 서울 양재동 본사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도산대로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애초 완공목표 시점이 4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작년 11월에는 "제네시스 출시에 맞추어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제네시스 출시에도 플래그십 스토어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현대차가 아직은 수입차와 직접 견주기에 역부족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구 회장이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수입차 격전지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가 고객에게 외면당할 경우 그 부담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에 쉽사리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DNA를 느낄 수 있는 전시장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중”이라며 “아직 정확한 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당분간 전시장을 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산대로는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28개 가운데 20여개가 모여 있는 격전지다. 이 곳에서 현대차가 소비자들의 더욱 높아진 눈을 맞출 차별화 컨셉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커피빈과 연계한 콜라보레이션 매장, 수입차 비교시승 서비스 등을 시도했으나, 그렇게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