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9-22 15:33:56
확대축소
공유하기
신풍제약이 215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하자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 등 성장을 위해 자사주를 현금화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실제 기업가치와 주가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이사.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이 자사주 매각으로 2154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자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신풍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14.21%(2만7500원) 급락한 16만6천 원에 장을 끝냈다.
통상 기업의 자사주 매각은 악재로 해석된다.
자사주 매각은 기업이 현재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많이 올랐다고 판단한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 기업이 굳이 지금 자사주를 처분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신풍제약은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많은 주목을 받은 제약사다.
신풍제약 기업가치는 올해 3월19일부터 9월18일까지 2300여 개의 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 기간 신풍제약의 기업가치는 2895%나 오르며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이르렀다.
신풍제약이 2019년 매출 1879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을 냈던 것을 고려하면 이런 기업가치는 이례적이었다. 이 때문에 신풍제약은 지분 2% 정도를 매각하면서도 2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신풍제약은 현재 말라리아 신약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 9개 병원에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파라맥스의 임상2상은 올해 혹은 2021년 초에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풍제약은 임상2상을 마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허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 신풍제약이 확보한 자금의 일부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등에 활용된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국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비용 및 추후 신약 출시를 위한 생산시설 개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감영치료제는 임상2상부터 최종시판허가까지 성공 확률이 27.5%에 불과하다. 또 현재 글로벌 제약업체 약 540여 곳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홍가혜 KB증건 연구원은 “피라맥스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신풍제약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개발 경쟁과 낮은 신약 개발 확률 등은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임상3상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긴급사용 승인의 허가 확률은 64.5%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신풍제약 오너일가가 주식매각으로 차익실현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만큼 오너일가가 '한몫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개발사로 주목받던 제약사의 오너일가가 지분을 처분해 차익실현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신일제약은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자 오너일가가 7월 100억 원 이상의 지분을 처분했고 그 뒤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현재 신풍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 26.86%를 확보한 송암사다. 송암사는 주사업이 부동산매매업인데 2016년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신풍제약 오너일가의 지분을 넘겨받아 신풍제약 최대주주가 됐다. 송암사의 지분 66.88%는 장원준 전 신풍제약 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