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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하나 방법 놓고 시각차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11-12 20: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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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산업에 석유화학업종이 포함됐다. 석유화학산업은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를 생산해 현대산업의 꽃이라 불린다.

석유화학을 포함한 화학산업이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이며 이는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 등 전기전자부문과 자동차·조선 등 운송장비부문에 이어 세번째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하나 방법 놓고 시각차  
▲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석유화학사업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석유화학사업은 중국경제 성장둔화 등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중국과 인도 등의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공급이 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중국경제 불안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0%포인트, 세계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지면 국내 화학업종 부가가치는 1.09% 감소한다. 이는 항공(-1.38%), 전기와 전자기기(1.1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여기에 중국이 화학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화학업종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중국이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주요산업 생산량을 10% 줄이면 화학업종의 부가가치는 4.26%나 떨어진다. 석유와 석탄(2.87%), 항공(2.86%)보다 높은 수준으로 국내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당장 문제가 되는 분야는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이다. PTA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등을 만드는 원료다.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제품 중 하나지만 최근 중국에서 공급이 폭증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PTA 생산량을 줄여 대응하고 있으나 중국발 물량증가 속도가 더 빨라 가격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내 PTA 생산량은 2012년 619만 톤에서 지난해 534만 톤으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 257만 톤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268만 톤의 PTA가 공급과잉이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127만 톤이 과잉공급됐다.

2012년 PTA가격은 톤당 1096달러였는데 올해 상반기 톤당 658달러로 내려앉았다. 최근 1년 동안 30% 가까이 가격이 떨어지는 등 가격하락세가 가파르다. 지금은 제품값이 원료가격보다 낮아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PTA를 주력으로 하는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 적자를 냈다. 당분간 흑자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하나 방법 놓고 시각차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럽과 인도 등 국내 PTA 주요 수출지역의 PTA도 줄줄이 지역내 공급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국내 PTA업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릴라이언스는 올해 220만 톤의 PTA 생산설비를 증설했고 포르투칼 아틀란트도 75만 톤 설비를 재가동했다. 내년 이후에도 인도, 네덜란드, 오만에서 석유화학회사들이 생산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PTA만 석유화학업계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아니다.

폴리스틸렌(PS)·폴리카보네이트(PC) 등 합성수지와 카프로락탐(CTL) 등 합성섬유도 공급과잉 상태다. 폴리스틸렌의 경우 지난해 톤당 2024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503달러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화학업계도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와 업계 시각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려고 하지만 업계는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정부는 금융위가 주관하는 구조조정협의체에서 석유화학부문 구조조정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있는 조선이나 해운부문에 비해 기초체력이 탄탄한 석유화학부문이 성과를 내기 쉬울 것으로 판단해 정부가 석유화학부문 구조조정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석유화학업종을 조선철강업종과 함께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하며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석유화학업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등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제적으로 진행하면 관치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업계는 기업간 의사소통이 활발한 편이다. 평소에도 공급량을 줄여 제품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산설비 보수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미리 협의한다. 또 업계 협의체인 석유화학협회가 중재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구조조정은 업계간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이를 위한 조력자”라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하나 방법 놓고 시각차  
▲ 홍진수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국내 PTA 분야 대표주자인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적자를 내고 있으나 올해 상반기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인수가 완료됐기 때문에 당장 구조조정에 나서기 어려운 점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진 만큼 당분간 시장구도에 대한 적응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거나 비석유화학분야 신사업을 확대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에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를 인수해 폴리카보네이트(PC) 생산능력을 8만 톤에서 32만 톤으로 크게 늘렸다. 여기에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도 인수해 염소와 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제품으로 품목을 다각화했다.

LG화학은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배터리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ESS, 수처리사업 등 신사업에 적극적이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농자재회사인 동부팜한농 인수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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