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올해 2분기에만 한솔홀딩스 주식을 238만5314주 장내매수하며 지분율을 10.28%에서 17.23%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한솔홀딩스는 코로나19로 주가가 떨어지자 오너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가 방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가 방어의 이면에는 한솔그룹의 안정적 지배력을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한솔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30.3%다. 조 회장이 3.04%만 더 사들이면 전체 발행주식 수의 33.34%(3분의 1 이상)를 확보할 수 있다.
회사의 정관 변경, 주식 병합, 자본 감소, 이사나 감사의 해임, 분할이나 인수합병 등 경영상의 주요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만약 전체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상이 반대한다면 이런 안건은 승인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특별관계자 지분율 33.34%는 적대적 주주제안으로부터 경영을 방어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조 회장은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대로 한솔홀딩스 배당이 실시된다면 해마다 10억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한솔홀딩스나 한솔제지에서 받는 보수 외에 또 다른 지분매입 재원이 된다. 2021년이나 2022년에는 특별관계자 지분율 33.34%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그룹이 안고 있는 오너 지배력의 취약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으로부터 후계자로 낙점받은 뒤 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착수했다. 그룹의 주력인 한솔제지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를 지주사 한솔홀딩스로 삼는 과정에서 감자차손 1196억 원이 쌓였다.
이는 한솔홀딩스 재무제표상의 배당가능이익을 마이너스로 만들어 한솔홀딩스가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도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한솔그룹의 지배구조 전환작업이 어느 정도 끝난 2016년 말 기준으로 한솔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19.37%에 불과했다.
이후 조 회장은 한솔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는 데 주력했으나 배당의 지원을 받지 못해 지분 확대의 속도는 더뎠다. 더욱이 최근 2년 동안 한솔홀딩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합의 공세를 막는 데 애를 먹었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연합은 지난해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면가 감소(무상감자)에 따른 자본금 조정안건과 이사 선임안건 등 회사가 상정한 안건을 거부하고 이사의 보수 삭감과 소액주주연합이 추천한 인물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2019년에는 소액주주연합이 20% 이상의 지분을 모아 조 회장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당시 한솔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지분율은 21.82%로 자칫하면 적대적 주주제안이 승인받을 수도 있었다.
조 회장은 국민연금 등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 소액주주연합의 적대적 제안을 막아낼 수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상감자 안건을 포기해 한솔홀딩스가 불성실 공시법인에 지정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주가가 낮아진 기회를 틈타 지주사 지배력을 크게 키웠다. 이제는 배당금의 지원까지 받으며 안정적 지배력을 확립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홀딩스는 배당 실시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배당 의지 자체는 확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40%를 주주환원정책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기조를 세웠다”며 “배당금과 관련해서는 내년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