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데다 10월 미국 고용지표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2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설에 힘 실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과 10월 고용지표 개선에 힘입어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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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
옐런 의장은 4일 연방하원 금융위원회에서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살아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된 12월15일 이전까지의 미국 경제 사정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의 이런 발언이 나온 뒤 발표된 10월 미국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12월 금리인상 전망에 더욱 우세해지고 있다.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7만1000명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업률은 5.1%에서 5.0%로 떨어져 지난 2008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25.18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2.5% 늘어 2009년 7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번 고용지표가 발표된 이후 미국 선물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가 12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68%로 보고 있다. 이는 한주 전 50%에서 급증한 것이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8일 “2% 물가상승률이 곧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경제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며 최근 고용지표뿐 아니라 노동시장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3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가운데 도이치은행과 씨티은행을 제외한 11개 투자은행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2월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 미치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시중에 풀린 달러화를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다. 시중에 달러화가 줄어들면 달러화 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해지면서 미국 시중금리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이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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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와 같은 선진국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자본유출이 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기대에 5개월 만에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던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순매도를 지속해 8조695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으나 10월 7202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도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자본유출이 심해지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행이 유동성 감소로 경기부양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 왔기 때문에 이미 금융시장에 충분히 위험요소가 반영된 데다 한국의 기초체력이 견실하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국은행이 개최한 컨퍼런스에 참여한 해외 전문가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한국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며 “한국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상당한 외환보유고도 갖추고 있는 등 기초 경제 여건이 양호해 다른 신흥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며 “인상 속도도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