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노트20울트라 시작 화면(위쪽)과 뒷면 모습. 유리 재질이 적용돼 거울처럼 보인다. |
유튜브에서 ‘뒷광고’가 논란이다. 뒷광고는 광고 및 협찬을 받았는데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숨기는 행위를 말한다.
뒷광고의 반대말은 ‘내돈내산’이다.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내돈내산 해봤다.
21일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개통했다. 색상은 미스틱블랙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구릿빛 색상 미스틱브론즈를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검은색이 더 깔끔하다고 여겼다. 뒷면을 보니 유리 재질이 적용돼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비쳤다.
◆ 부드러운 화면에 마음 뺏겨, 배터리도 적게 쓴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는 여러 면에서 기존 갤럭시노트 시리즈보다 개선됐는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화면의 부드러움이었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는 최대 120Hz 주사율을 제공한다. 주사율은 1초에 화면이 몇 번이나 바뀌는지를 나타낸다. 숫자가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럽다.
갤럭시노트8을 사용할 때는 주사율 60Hz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로 인터넷 검색을 하며 스크롤을 내려보니 비교할 수 없이 화면이 부드러운 데다 눈도 덜 피곤했다.
앞으로 주사율이 낮은 제품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주사율에 따른 배터리 소모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정지된 화면 등 높은 주사율이 필요하지 않을 때 주사율을 낮게 조정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새로 적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으로 주사율이 높을수록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 앞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초로 120Hz를 지원한 갤럭시S20 시리즈는 120Hz 주사율에서 60Hz 주사율보다 배터리 수명이 최대 2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갤럭시노트20울트라에서 8K와 4K 60프레임 촬영 모드는 자동초점을 지원하지 않는다. |
◆ 카메라 좋지만 8K 영상 쓸모는 여전히 물음표
갤럭시노트20울트라는 뒷면에 최대 1억800만 화소 트리플카메라와 레이저 자동초점(AF) 센서를 탑재했다. 최대 배율은 갤럭시S20울트라의 100배에서 50배로 낮아졌다.
일상생활에서 50배율조차 쓸 일이 잘 없는 만큼 불필요한 배율을 하향 조정하는 대신 갤럭시S20울트라에서 자동초점이 잘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갤럭시노트20울트라로 사진을 찍어보니 초점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카메라 배율을 바꿀 때마다 피사체가 되는 사람이나 물체에 초점이 잘 맞았다.
손떨림을 보정하는 기능도 좋았다. 일부러 손을 떨면서 찍었는데도 사진이 깔끔하게 나왔다. 수전증이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듯 했다.
카메라 배율을 높은 배율에서 낮은 배율로 빠르게 바꿀 때 순간적으로 화면이 멈칫하는 부분은 다소 거슬렸다.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동영상은 갤럭시S20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최대 8K(7680×4320) 촬영을 지원하지만 24프레임으로 제한된다.
8K와 4K 화질 차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만큼 특수한 목적이 없는 이상 더 부드러운 영상을 제공하는 4K(3840×2160) 60프레임 촬영이 더 유용할 것 같았다.
다만 8K 촬영과 4K 60프레임 촬영은 영상 자동초점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영상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한다.
촬영에 필요한 저장공간은 실내에서 찍었을 때 기준으로 10초 분량에 8K 102.03MB, 4K 60프레임 92.86MB이 들었다.
촬영 환경에 따라 필요 용량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동영상 촬영을 많이 하는 사람은 SD카드로 추가 저장공간을 확보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 갤럭시노트20울트라로 '검은사막 모바일'을 하는 모습. 최고 사양에서도 화면이 끊기지 않았다. |
◆ 게임 성능 좋지만 고사양에서는 배터리 소모 많아
스마트폰을 시험하려면 게임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막 개통한 참이라 모든 게임을 실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는 ‘검은사막 모바일’을 내려받아 작동해봤다.
1시간가량 게임을 한 결과 화면이 느려지거나 끊기는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화면 품질과 프레임, 해상도 등 모든 사양을 최고로 맞춰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내부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 국내 모델에는 퀄컴의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65플러스’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으니 이제 갤럭시노트20울트라로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의 다양한 게임을 즐길 일만 남았다. 사전예약하면서 사은품으로 최신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라이브’ 대신 엑스박스 게임 콘트롤러를 선택한 보람이 느껴졌다.
다만 사양이 높은 게임을 하려면 배터리 소모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무선인터넷(와이파이) 환경에서 검은사막 모바일을 최고 사양으로 맞추고 게임을 했을 때 20여 분 만에 배터리 10%가량이 빠졌다.
▲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책상에 놔뒀을 때(위쪽)는 화면이 붕 떠있다. 카메라모듈이 없는 왼쪽 상단을 누르면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
◆ 갤럭시노트20울트라 호불호는 ‘카툭튀’에서 갈린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 디자인을 보면 뒷면 기준으로 왼쪽의 카메라모듈이 2~3mm가량 튀어나온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뒷면이 평평한 스마트폰을 써온 사람이라면 다소 낯설 수밖에 없다. 또 튀어나온 카메라모듈은 제품 사용을 더 불편하게 한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에서는 이전보다 S펜과 관련한 기능이 많이 개선됐다. S펜 반응속도가 높아졌고 S펜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늘었다.
하지만 바닥에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놓고 S펜을 쓰거나 터치를 해보니 사용성이 썩 좋지 않았다. 카메라모듈 때문에 떠 있던 화면이 누를 때마다 왼쪽으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얇은 커버를 씌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S펜을 자주 쓰는 사람은 카메라모듈을 감출 만큼 두꺼운 커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잖아도 묵직한 갤럭시노트20울트라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이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는 208g으로 갤럭시노트10보다 40g, 갤럭시노트10플러스보다 12g 더 무겁다.
▲ 따뜻한 곳에 있던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에어컨 바람에 노출시키자 카메라모듈에 습기가 맺혔다. |
◆ 카메라모듈 습기 문제는 실제로 존재
이왕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산 김에 최근 논란이 된 카메라모듈 습기 문제에 관해서도 직접 실험해봤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앞서 사용해 본 일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 달궈진 상태에서 차가운 환경에 놓이면 카메라모듈 안에 습기가 맺히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한동안 바깥에 머물다 에어컨 바람에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노출시켰다.
그러자 카메라모듈 안쪽에 습기가 작게 맺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습기는 1분 안에 사라졌다.
평소에는 에어컨에 스마트폰을 가까이 댈 일이 없다. 하지만 여름철에 스마트폰을 사용한 뒤 자동차 안이나 에어컨 앞에 설치되는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놓으면 비슷한 현상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제기한 카메라모듈 습기 문제도 자동차 안에서 주로 일어났다.
삼성전자는 “과한 습기는 카메라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온도변화가 심한 곳을 피해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카메라모듈의 습기는 방수 스마트폰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출고가격 145만 원짜리 제품을 살 때 그런 자연스러움을 기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 기사에 사용된 사진은 이전에 3년째 썼던 갤럭시노트8로 찍었다. 마지막까지 역할을 다한 갤럭시노트8은 갤럭시노트20울트라와 달리 카메라에 한 번도 습기가 맺혔던 적이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