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까?
현재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국회가 새로운 법안을 처리한다면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안도 가능해진다.
1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 의원은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보험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자사주로 사들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자사주는 장내매수 또는 공개매수 등 제한적 방법으로만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주주의 지분 매각이 강제될 때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약 23조 원어치를 매각해야 한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수하는 방안이다.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지분을 떠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분 매수 규모가 삼성물산 시가총액(23조 원)에 맞먹어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데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최대주주에 올라있어 지배구조와 관련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삼성물산이 매수하는 안 외에 또 다른 방안도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사들인 뒤 소각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100조 원에 이르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자사주 매수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은 삼성전자 주주가치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삼성물산이 매수하는 것보다 시장의 공감을 얻기 쉽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표한 당사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른바 ‘삼성생명 퇴로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량 매물 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 외국인 대량매수에 따른 경영권 약화 등의 우려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등장했다. 법률 개정에 따라 특정주주의 지분매각이 강제될 때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 법안은 상임위에서 논의되다 20대 국회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 들어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포함해 20대 국회 때 폐기된 법안 50여 건을 일괄 발의했으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법안 발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유동성이 많아져 20대 때와 시장상황이 달라졌다”면서도 “여러 측면에서 문제의식을 지니고 법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시 등장한다면 20대 국회 때 나온 개정안을 보완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대 때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정 주주의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행위가 주주 평등주의를 위배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해당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의 내용이 긍정적이고 입법취지도 타당하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계류중인 보험업법 개정안과 연계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자사주 취득이 이사회 결의로만 실행될 수 있어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적절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주식이 대량 출회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새로 발표할 주주환원정책에 자사주 매입 등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2017년 발표한 2018~2020년도 주주환원정책을 올해 마무리한다. 2021년 이후 진행할 주주환원정책은 애초 2020년 초에 발표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