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조선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 등 사장단 인사를 했다.
권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조선업 부진을 만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중공업은 3일 조선사업 대표에 김정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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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해양사업부문 대표에 김숙현 전무, 건설장비사업 대표에 이상기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또 윤문균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가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은 “주력사업인 조선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조선사업 대표를 사장급으로 격상시키고 실적이 부진한 대표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사는 사업대표 책임경영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사업 대표를 맡은 김정환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조선사업본부장, 특수선사업 부사장 등을 거쳤다.
박종봉 전 해양사업부문 대표는 해양플랜트 부실에 따라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박 전 대표는 설계전문가로 해양부문 대표를 맡았으나 누적 적자가 이어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해양사업부문 대표를 맡은 김숙현 부사장은 아랍에미리트 움 샤이프(Umm Shaif) 공사 등에서 공사‧품질관리를 비롯해 해양 안전 담당, 해양사업 부본부장 등을 역임한 플랜트부문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신임 대표는 용산고와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중공업에서 군산조선소장, 안전환경실장, 조선사업 대표 등을 지냈다.
현대삼호중공업 대표를 맡아왔던 하경진 사장은 잠수식 시추선 계약 취소로 손실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현대중공업은 11월 중 조직개편과 함께 후속 임원인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원대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권오갑 사장이 9월 구원투수로 나서 강도 높은 긴축경영과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현대중공업 조선계열사 3곳에서 옷을 벗은 임원만 해도 지난해 81명, 올해 상반기 25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올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는 최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조선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낸 만큼 후속 임원인사에서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오갑 사장의 거취도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권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해 겨우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대중공업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에 영업손실이 8976억 원에 이른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애초 잠정실적으로 발표한 영업손실 6784억 원에서 32.3%나 확대된 것이다.
권 사장은 긴축경영의 고삐를 죄고 구조조정을 통해 하반기 흑자 전환 목표를 세웠으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예년보다 한달 정도 앞당겨 3일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반증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