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합병을 놓고 벌어진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져 삼광글라스가 지주체제를 확립하는 길이 험난하다.
이사회가 삼광글라스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새 합병안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합병의 또 다른 주체인 이테크건설 주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 합병 논의가 다시 기로에 섰다.
17일 삼광글라스에 따르면 5월과 8월 2차례에 걸쳐 삼광글라스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병안이 만들어지면서 삼광글라스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삼광글라스는 올해 3월 삼광글라스에서 이테크건설을 거쳐 군장에너지'로 이어지는 기존 지배구조에서 재무구조가 제일 좋은 군장에너지를 맨 위쪽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가칭 신군장에너지를 지주회사로 하는 수평적 지주체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종안으로 제출된 합병비율은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가 각각 1대 2.57대 1.71이다.
삼광글라스는 이 합병이 성사되면 알짜기업으로 평가받아왔으나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았던 군장에너지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튼튼하고 전망이 좋은 발전회사인 군장에너지가 지주역할을 맡게 되면 계열사들이 자금조달을 하기가 한결 수월할 수 있다고 봤다. 삼광글라스는 최종안을 만들어내기까지 쉽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처음에는 합병비율을 놓고 삼광글라스 주주들이 반대 목소리가 컸다. 코로나19로 삼광글라스 주식이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오너일가 지분이 높은 발전회사 군장에너지 가치는 높게 책정되고 오랜 적자로 주가가 떨어진 삼광글라스 가치는 저평가돼 오너 일가가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합병 논의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뛰어들어 경영권까지 넘보는 사태에 이르게 되자 삼광글라스측은 오너일가 지분이 집중돼 있는 군장에너지의 가치를 대폭 축소한 타협안을 내놨다.
3월에 처음 내놓은 삼광글라스 이테크건설 군장에너지 합병비율 '1대 2.54대 3.88'이 반대에 부딪히자 5월에 삼광글라스 지분 가치를 10% 상향한 '1대 2.14대 3.22'의 재조정 비율을 다시 내놨지만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1차와 2차 합병안에서 주가에 따른 시가총액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제시했으나 여의치 않자 삼광글라스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합병비율을 새로 제시했다.
삼광글라스 이사회는 이에따라 8월13일 '1대 2.57대 1.71'이라는 새로운 합병비율로 9월 주주총회에서 의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장 주식시장에서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주가가 요동친 가운데 이사회 발표 다음 날인 14일 코스피 상장사인 삼광글라스 주가는 52주 신고가인 4만1550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합병의 또 다른 주체인 이테크건설 주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테크건설 주주들은 합병에는 찬성하지만 삼광글라스 주주들이 큰 이익을 얻는 것과 비교해 이테크건설 주주들은 이익이 별로 없거나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합병의 최대 수혜자인 오너일가가 이테크건설 주주들이 입을 수 있는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합병비율 1차 안에 비해 3차안의 경우 삼광글라스 주주들은 25% 가까이 이익을 보지만 이테크건설 주주들은 뚜렷하게 얻는 이익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대형 포털사이트 주식 관련 게시판에서는 합병 자체에는 찬성하나 이테크건설이나 합병법인인 가칭 신군장에너지가 이테크건설 주주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이테크건설 주주는 "이번 8월13일 합병안은 보이지 않게 회사를 지지해온 이테크건설 주주들을 실의에 빠트렸다"며 "두 차례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한 만큼 이테크 주주를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테크건설 주주들의 반발과 관련해 삼광글라스 측은 이번 8월 합병안으로 합병법인의 총 발행주식수가 줄어 3사 주주 모두가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삼광글라스는 병유리와 유리식기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으로 유리 제품의 내열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밀폐용기 브랜드 '글래스락'과 식기 브랜드 '보에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광글라스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상반기 매출액 1447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