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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LG화학 첨단소재도 대개편, 신학철 석유화학 수익도 다져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8-17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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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LG화학의 주력사업은 석유화학이다. 첨단소재라는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도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 두 사업과 관련해 어떤 과제를 안고 있을까?

배터리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LG그룹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강용규 기자

곽 :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의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두 사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LG화학의 미래를 왜 배터리에 찾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LG그룹 차원의 흐름과 연계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 안녕하세요. 강용규 기자입니다.

◆ LG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사업에 집중, 신학철은 LG화학으로 밸류체인 기초 역할 

곽 : 지금 LG그룹은 모빌리티산업에서 완성차를 제외한 모든 것을 LG그룹이 제공하겠다는 모빌리티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LG그룹의 여러 계열사들 가운데서도 밸류체인의 가장 아랫부분, 즉 기반 역할을 수행하는 계열사입니다. 배터리사업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강 : 네. 다만 LG그룹에서 LG화학이 차지하는 밸류체인상의 역할까지 감안한다면 배터리사업 외에도 중요한 사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첨단소재사업본부입니다.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본부는 LG그룹 전자 밸류체인의 두 주요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의 밑단을 받치는 역할을 합니다.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가 디스플레이소재를 만들면 LG디스플레이가 이를 활용해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LG전자가 이 디스플레이로 각종 전자기기를 만드는 식입니다.

곽 : 그런 구조라면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는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두 계열사의 사업전략과 굉장히 밀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지금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그동안 LCD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꾸려왔던 사업들을 올레드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지 않습니까?

강 : 네. 신학철 부회장도 두 계열사의 사업전략 전환에 발맞춰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올레드소재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습니다.

앞서 6월 LG화학이 중국 소재회사 샨샨에 LCD편광판사업을 1조3천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마찬가지로 중국 소재회사인 시양인터내셔널에 LCD감광재사업을 매각했고요.

현재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본부에 남은 LCD소재사업은 LCD유리기판사업과 자동차용 LCD편광판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LCD유리기판사업은 신학철 부회장이 이미 사업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곽 : LG그룹의 모빌리티 전략에 맞춰 가기 위해 자동차용 LCD편광판사업은 남겨 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네요. 신학철 부회장이 LCD소재사업에서 손을 떼는 만큼 올레드소재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습니까?

강 : 신학철 부회장은 작년 9월 미국 유니버셜디스플레이와 올레드 발광층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고 작년 4월에는 다국적 화학회사 듀폰의 올레드기판 재료기술인 ‘솔루블 올레드’ 기술을 양수했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의 무게중심을 LCD에서 올레드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이전부터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곽 : 실질적으로 큰 돈이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았군요. 그렇다면 신학철 부회장이 LCD소재사업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 어떤 투자를 할지도 관심이 생깁니다.

강 : 시장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에서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을 시작할지 여부입니다.

곽 :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은 폴더블이나 롤러블 등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의 유리 역할을 하는 소재 아닙니까?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강 : 게다가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은 미래차용 디스플레이의 소재로도 최근 각광받고 있죠. LG그룹의 모빌리티 전략과도 합치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SK이노베이션의 소재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정도가 선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신소재인 만큼 시장 구도가 아직 명확하게 확립되지도 않았습니다.

곽 : 그룹 차원에서도 밀어줄 만한 신사업이겠군요.

강 : LG화학은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을 진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관련 특허는 현재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들 못지않게 많습니다.

곽 : 저는 이쯤 되면 LG화학이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성공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강 : 그래서 시장에서도 신학철 부회장의 결단 여부를 주목하는 것입니다. 실제 LG화학도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의 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곽 :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본부는 디스플레이소재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배터리소재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미형 일자리를 위해 짓는 공장도 배터리소재공장 아닙니까?

강 : 네. LG화학은 2024년까지 5천억 원을 들여 구미에 배터리 양극재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청주 양극재공장의 증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 LCD사업을 매각한 돈으로 미래 전망이 밝은 사업을 강화하는 투자의 결단을 잇따라 내리고 있는 셈입니다.

곽 : 단순히 전망 밝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서 저는 신학철 부회장이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강화한다는 그룹 차원의 전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움직임을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작년 4월 LG화학의 조직을 개편할 때 기초소재사업본부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을 첨단소재사업본부로 옮기지 않았습니까?

강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글로벌 모빌리티시장에서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성장세가 가속화하면서 차량 경량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차량 경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소재고요.

저는 이 조직개편에서의 사업 이관이 신학철 부회장의 첨단소재사업본부 육성과 관련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본부의 자체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빌리티시장의 경량화 추세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갖출 뿐만 아니라 계열사 성장전략과도 함께 가겠다는 거죠.

곽 : 말씀을 들어 보니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가 매출 규모 이상으로 상징성이 있는 사업본부 같습니다.

그러면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원재료를 만드는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겠는데요.

◆ 신학철, 석유화학 업황 부진 돌파구를 원재료 다변화에서 찾아

강 :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는 그동안 LG화학 전체 영업이익의 80~90%를 내 왔던 캐시카우입니다. 작년에는 전체 영업이익보다 석유화학사업본부 영업이익이 더 많기도 했고요.

곽 : LG화학이 다른 사업본부에 투자할 돈을 그동안 화학사업이 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요. 그야말로 LG화학의 본업이라는 느낌입니다.

석유화학사업은 업황의 변화에 따라 이익이 오고가는 대표적 천수답 사업 가운데 하나인데요. 신학철 부회장이 이 사업과 관련해서 어떤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강 : 현재 글로벌 석유화학업황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극심한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석유화학사업본부 생산제품의 판매와 자체사용의 비중을 조정하는 방법이나 화학사업의 원재료 나프타의 수급선을 다변화는 등 업계에서 보편화된 전략으로 업황 부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만 영업이익 감소폭을 줄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곽 : 나프타의 수급선을 다변화한다는 것은 원가 절감 차원의 전략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만, 제품의 비중 조정은 어떤 전략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강 : 업계에서 꼽는 LG화학의 강점은 에틸렌과 같은 화학제품 밸류체인의 상단 제품부터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과 같은 다운스트림 제품군들까지 폭넓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LG화학이 생산한 모든 에틸렌을 다운스트림 제품을 만들 때 쓰지는 않습니다. 일부는 팔죠. 다른 중간 제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판매와 자체소비의 비중을 어떻게 잡느냐는 석유화학사업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금처럼 화학제품 수요가 부진할 때는 다운스트림 제품보다 기초 화학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낮습니다. 이럴 때 화학사들은 기초 화학제품 생산공장의 가동률을 낮춰 판매 제품의 양을 줄이고 자체 소비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곽 : 석유화학공장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한 번 가동하면 1년 365일 돌아가는 것인데, 가동률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강 : 맞습니다. 다만 이런 전략 말고도 신학철 부회장은 투자를 동반하는 공격적 전략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화학사업에서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증설입니다. 대규모 장치사업일수록 제품 생산에서 한계비용의 감소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LG화학은 여수에 새로운 나프타 분해설비를 포함한 공장을 짓는 데 2021년까지 2조6천억 원을 들이고 있습니다. 당장의 업황 부진이 계속된다면 완공시점부터는 이 증설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겠죠. 물론 업황 부진이 끝나더라도 영업이익률 개선효과가 이어지고요.

곽 : 말씀하신대로라면 신학철 부회장은 업황과 상관없이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의 투자전략을 유지해야겠군요. 석유화학은 또 대표적 사이클산업 아니겠습니까? 불황과 호황이 주기적으로 번갈아 오니 말입니다.

강 : 네. 저는 여기에 더해서 신학철 부회장이 기존 LG화학 석유화학사업에서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화학사업은 기초 제품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에틸렌을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하는 것이 이 때문인데요. 그동안 LG화학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남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설비만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 분해설비의 인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곽 : 에탄 분해설비는 미국에서 셰일에너지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유행이 된 석유화학업계의 새로운 사업방식 아닙니까? 롯데케미칼이 작년에 미국에서 설비를 완공하기도 했습니다.

강 : 맞습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화학회사 사솔이 미국에 짓고 있는 에탄 분해설비의 프로젝트 지분 51%를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내놨는데요. 가치가 최소 2조 정도로 거론됩니다.

셰브론이나 엑슨모빌 등 미국의 대형 에너지회사들뿐만 아니라 라이온델바젤과 같은 글로벌 화학회사도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이 인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곽 : 신학철 부회장 입장에서는 그동안 화학사업에서 원재료 수급선을 다변화해오는 것을 넘어서 원재료 자체를 다변화하려는 시도겠군요. 이 원재료 다변화에는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강 : 일단 나프타 분해설비와 에탄 분해설비는 수익성이 반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셰일가스보다 비쌀 때는 에탄 분해설비의 수익성이 좋고 저유가 때문에 나프타 가격이 낮아질 때는 나프타 분해설비의 수익성이 좋습니다.

올해 1분기 저유가가 본격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 분해설비는 영업이익률 20%이상을 보여왔습니다. 이때까지 나프타 분해설비는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재료 다변화는 화학회사가 업황 변화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곽 : 효과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영업이익률 20%는 제조업에서는 정말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쉽게 보기 어려운 수치이니 말입니다.

강 : 저는 신학철 부회장이 작년 4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을 첨단소재사업본부로 이관한 것도 이번 사솔 에탄 분해설비의 인수를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는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소재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를 공급하는 사업본부죠.

첨단소재사업본부가 그룹의 성장전략을 뒷받침하는 사업본부인 만큼 신학철 부회장은 이 사업본부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사업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합니다.

곽 : 그 길을 석유화학사업본부의 수익성 강화에서 찾는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지금까지 LG화학의 주요 사업들과 관련해 신학철 부회장이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지금까지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LG화학의 본업인 석유화학이 건재하고 호황이 다시 돌아올 텐데, 신학철 부회장은 왜 그렇게 배터리사업의 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요?

◆ LG화학, 석유화학 변화의 시대에 배터리로 미래를 열다

강 : 저는 시대의 흐름이 LG화학에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철 부회장은 그 흐름에 배터리로 발을 맞추는 거고요.

곽 :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강 : LG화학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범한 이래로 사업의 폭을 꾸준하게 넓혀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럭키소재와 럭키제약의 합병, LG생활건강의 분사,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의 합병, LG생명과학의 분사와 재합병, LG하우시스의 독립, LG카보네이트의 합병 등 사업구조에 여러 차례 개편이 있었죠.

잇따른 구조개편이 있었지만 방향성은 잡혀 있습니다. LG화학은 주력사업이 석유화학이라는 기조 아래 기초제품에서 고부가제품으로 사업을 넓혀 왔습니다.

곽 : 석유화학은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사이클산업입니다. LG화학도 이익에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추세적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신학철 부회장이 배터리를 석유화학을 넘는 주력사업으로까지 키우려는 것은 단순히 전기차시장의 성장세 때문만이 아니라 LG화학이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해석됩니다.

강 : 사이클산업의 특성을 말씀하셨지만 이제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이클의 고점에서 과거와 같은 이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중국 석유화학회사들은 탄탄한 내수시장에 기반을 두고 증설을 지속하며 글로벌 공급과잉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에탄 분해설비가 보편화되며 관련 투자가 늘고 있죠.

현재 석유화학시장은 인구 증가에 따라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경쟁이 심화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곽 : 석유화학 사이클은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살아남은 회사들이 규모를 확장하고.

이런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을 통해 유지가 됩니다. 이 구조조정의 속도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말씀이시군요.

강 : 네. 맞습니다. 독일 바스프나 미국-프랑스 다국적의 다우듀폰, 일본 신에츠케미칼, 네덜란드 라이온델바젤 등 글로벌 유수의 화학회사들이 화학의 범주를 넘어 소재로, 더 나아가 고부가소재로 포트폴리오의 무게추를 옮기는 것이 이 경쟁 심화 때문입니다.

국내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LG화학의 경쟁자 롯데케미칼을 보세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의 유망한 소재회사들을 인수합병 하겠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습니까? LG화학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곽 :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에게는 배터리사업이 있었다는 거네요.

강 :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1991년 영국 원자력연구원에 출장을 갔다가 2차전지 샘플을 직접 들고와 LG화학에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한지 연구개발을 해 보라”고 지시한 것이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시작입니다.

LG화학은 1995년 리튬이온배터리의 개발에 성공해 2000년 전기차배터리 개발에도 들어갔습니다.

저는 구본무 전 회장이 LG그룹에 정말 큰 사업기회를 남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LG화학이 2차전지가 아직 보편화되기 전에 독자적 기술을 갖출 수 있었고 전기차가 보편화되기 전에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에 나설 수 있었으니까요. LG그룹의 모빌리티 집중전략이 배터리 연구개발 지시에서 비롯한 셈입니다.

곽 : 이제 LG화학은 유럽, 미국, 중국, 한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점유율 1위 회사로 올라섰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학철 부회장을 기용하면서 구본무 전 회장이 꿨던 배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네요.

강 : 신학철 부회장은 과거 세계적 소재회사인 3M에서 글로벌사업을 전담하는 총괄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경영감각을 입증했습니다. ‘혁신 전도사’로 불릴 만큼 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런 신학철 부회장의 능력이 구광모 회장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나섰던 이유이기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곽 : 확실히 그렇습니다. 2018년 11월 LG화학에서 박진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신학철 부회장의 영입이 결정됐을 때 재계가 놀라지 않았습니까?

박진수 부회장은 42년 동안 LG화학의 현장에서부터 지식을 축적해 온 전문가였습니다. 반면 신학철 부회장은 3M에서 2인자 자리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화학과 관련해 전문 지식을 보유한 인물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LG화학은 그동안 주력으로 삼아왔던 사업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커다란 혁신이 없다면 미래가 점점 어두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LG화학에는 신학철 부회장의 혁신 역량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강 : 구광모 회장이 처음 LG그룹 총수에 오른 뒤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계열사 CEO들에게 “이 업에서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저는 신학철 부회장에게 이미 대답이 준비돼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만 변화할 수 있다면 최고도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곽 : 이제 LG화학은 미국, 중국, 유럽, 한국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보유한 글로벌 최대 배터리 제조회사이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1위에도 올랐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을 둘러싼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지키는 것은 따라잡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신학철 부회장이 업계 혁신의 맨 앞에 서지 못한다면 LG화학은 치열한 시장상황에서 경쟁사들에게 다시 뒤처질 수 있습니다.

신학철 회장이 배터리시장에서 LG화학의 불안한 리드를 확실한 주도권으로 만들어 LG화학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칠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볼 일입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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