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재연임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금융권 안팎에 넓게 퍼져있다.
아직 회장후보 숏리스트도 나오지 않았지만 윤 회장의 재연임은 사실상 올해 초부터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이렇다 할 인물이 대항마로 거명된 적조차 없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28일 최종후보군 4명을 확정하는데 2017년 KB금융지주의 사례나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의 사례를 볼 때 내부 출신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숏리스트에 포함된 3명 모두가 당시 KB금융그룹에 몸담고 있던 현직이었고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서도 5명 가운데 3명은 현직 ‘신한맨’, 2명은 전직 ‘신한맨’이었다.
특히 KB금융지주는 외풍에 시달린 트라우마가 있다는 점에서 내부출신이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윤종규 회장은 이른바 KB사태로 흔들리던 시기에 회장으로 선임돼 KB금융그룹의 안정을 이끌었다는 확실한 ‘공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회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이 최종후보군에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두 번의 임기를 지내면서 좋은 성과를 낸 윤 회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는 2008년 설립된 뒤 지금까지 4명의 회장을 맞았다. 역대 4명의 KB금융지주 수장 가운데 임기 3년을 다 채운 인물은 어윤대 전 회장과 윤 회장뿐이다.
윤 회장은 2017년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재연임 성공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23년까지 회장을 지내면 KB금융지주 15년 역사에서 절반도 훌쩍 넘는 9년을 이끌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볼 때 윤 회장의 재연임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나 걸림돌도 딱히 없다.
무려 9년이나 집권한다는 점에서 제왕적 권력을 향한 우려 등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이미 하나금융지주에서 김정태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어 선례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큰 부담은 아니다.
더욱이 김정태 회장이 재연임에 도전할 당시 이른바 ‘셀프 연임’이라는 비판이 불거졌지만 윤 회장은 이런 논란에서도 한발 비켜나 있다. KB금융지주가 최근 몇 년 동안 지배구조를 꾸준히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처럼 법적 리스크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처럼 제재 리스크도 없는 만큼 금융당국이 반대할 명분도 딱히 없다.
다른 금융지주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
윤종규 회장은 워낙 능력이 좋아 금융권에서 선망이 높다”며 “KB금융지주가 사모펀드 사태나 채용비리 등 걸려있는 문제가 거의 없는 데다 윤 회장은 이제 금융당국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6년 동안 뚜렷한 경영성과도 남겼다.
이 기간 KB금융지주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나 신한금융지주와 1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올라왔으며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현대증권(KB증권),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비은행부문도 강화했다.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안방 호랑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점 역시 윤 회장의 성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휩쓴 사모펀드 사태에서 무풍지대로 남아있는 배경에 윤 회장의 꼼꼼한 리스크 관리가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면 남은 과제는 리딩뱅크 탈환,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확대한 해외사업의 정착,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안정적 통합과 정상화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년 뒤 후계자를 비롯해 성공적 세대교체를 위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허인 은행장과
양종희 사장,
이동철 사장이 모두 1961년에 태어나 당장 회장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 데다 3년 동안 내부에서 새로운 인물이 떠오를 수 있는 만큼 3년 뒤 후계구도는 한층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