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08-13 15: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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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르노 조에(Renault ZOE)’가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르노삼성차는 이르면 2년 뒤 브랜드 이름에서 삼성이라는 글자를 떼어낼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이라는 이름을 뗀 르노 조에의 국내 판매성적은 르노의 브랜드 '독립'이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3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18일 출시하는 르노 조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르노 조에는 2012년 출시된 뒤 올해 6월까지 전기차 선진시장으로 평가되는 유럽에서 약 21만6천 대가 팔렸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유럽을 대표하는 전기차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 조에는 10여 년의 전기차 개발 경험이 응축된 르노의 대표적 전기차로 유럽시장 누적 판매 1위를 자랑한다”며 “유럽시장에서 이미 대중적 사랑을 받으며 상품성을 입증한 만큼 국내시장에서 전기차 보급확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르노 조에 국내 출시가격을 3995만~4495만 원으로 책정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2천만 원대에 살 수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2천만 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르노 조에는 르노삼성차가 삼성카드와 4일 ‘삼성’ 상표 이용 연장계약을 맺지 않은 뒤 출시하는 첫 차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시장에서는 르노삼성이 삼성그룹과 상표 이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만큼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 삼성 브랜드와 결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르노 조에에 고유 엠블럼인 ‘태풍의 눈’ 대신 르노의 엠블럼인 ‘로장주(마름모)’를 그대로 달고 수입차로 국내에 판매한다.
브랜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첫차라는 점에서 르노 조에의 성적은 지금까지 출시된 어떤 차종보다 르노삼성차에게 중요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르노 조에 자체의 경쟁력과 국내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르노 조에가 유럽을 대표하는 전기차라고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차의 선전에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힘이 기여한 바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을 앞세운 그린뉴딜정책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를 향해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르노 조에가 유럽에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다.
르노 조에는 한 번 충전으로 309km(국내 인증 평가 기준)가량을 갈 수 있는데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갈 수 있는 테슬라의 전기차, 한국GM의 볼트EV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다는 평가를 받는다.
닛산 리프도 유럽에서 인기 끈 차량이었지만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가능거리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테슬라가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전기차시장 확대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국내 브랜드가 아닌 수입 브랜드로 인식되면 주행가능거리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 르노삼성차의 '르노 조에' 출시 이미지.
르노 조에가 애초부터 장거리가 아닌 도심형 전기차를 원하는 고객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가능거리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는 5월 기존 QM3에서 태풍의 눈을 떼고 로장주를 달아 ‘캡처’로 출시하는 등 조금씩 국산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7월 삼성을 뺀 르노 브랜드로 판매한 차량은 전체 국내 판매량의 13%에 이른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캡처와 마스터 등에 로장주를 달고 르노 브랜드로 팔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데는 브랜드 이미지 외에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도 한몫하고 있다”며 “르노 조에 역시 유럽시장 1등 전기 수입차 이미지를 얼마나 어필하는지와 함께 어떤 실용적 첨단기술이 탑재됐느냐도 판매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18일 르노 조에 출시와 함께 상세제원 등 구체적 차량정보를 공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