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SK에너지에 따르면 조 사장은 2021년까지 SK에너지의 모든 정유설비 밀폐공간에 유해가스 잔존 여부를 무인으로 감지하는 ‘밀폐공간 가스 감지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17년 밀폐공간 가스 감지시스템의 개발을 시작한 뒤 테스트를 거쳐 앞서 6월 개발을 마치고 특허를 등록했다.
조 사장은 올해 9월까지 유해가스 발생량이 많은 작업현장 100여 곳부터 이 시스템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정유업은 취급 물질인 원유가 유해가스 생성을 동반하는 인화성 물질인 만큼 밀폐공간에서 질식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밀폐공간 질식재해로 연평균 19명이 사망한다. 2013~2017년의 5년 동안 질식재해 사고자 177명 가운데 93명이 사망했다. 다른 산업재해의 사망률 평균이 1.2%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사망사고 비율도 높다.
SK에너지의 밀폐공간 가스 감지시스템이 정유업계 전반으로 퍼진다면 이런 질식재해를 원천차단할 수 있게 된다.
조 사장은 앞서 5월 정기보수부터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의 원유 저장탱크 34기를 검사하는 데 드론 검사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원유 저장탱크를 11년 주기로 검사했으나 올해부터는 관련 규정이 바뀌어 검사주기가 5~6년으로 줄어든 데 따른 조치다.
SK에너지의 원유 저장탱크는 지름 86m에 높이 22m의 거대한 크기로 사람의 검사로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재해 발생 위험도 높다. 조 사장은 여기에 드론을 도입해 검사 정확도와 안전을 모두 잡으려는 것이다.
SK에너지의 5월 정기보수에서는 정유공장의 핵심설비인 열교환기를 자동으로 세척하는 기술도 처음으로 도입됐다.
기존에는 열교환기를 보수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고압의 물을 분사해 세척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으나 자동세척기술의 도입으로 노동자 안전이 확보됐다. 열교환기 보수의 작업량도 기존 3만6천 인시(노동자 1명이 1시간 작업했을 때의 작업량)에서 1만8천 인시로 줄었다.
SK에너지는 이런 신기술들을 통해 작업현장의 안전성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정기보수에 필요한 시간도 단축해 사업역량까지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의 안전 강화는 SK에너지에 이미 안전경영기조가 어느 정도 세워진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SK이노베이션이 2012년 안전보건관리(SHE) 중심의 경영관리체계를 수립한 이후 SK에너지에서는 딱히 큰 안전사고가 없었다. 조 사장이 대표이사 임기를 시작했던 2018년 화재사고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인명피해가 없었고 환경에 미친 영향도 적었다.
그럼에도 조 사장은 각종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SK에너지의 안전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조 사장의 안전 강화 의지는 SK에너지가 앞서 3월 완공과 시운전을 마친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건설사업에서도 나타난다.
감압잔사유 탈황설비는 잔사유(원유를 정제한 뒤 남은 찌꺼기 기름)를 고부가 정유제품인 저유황유로 전환하는 설비다. SK에너지는 공기를 애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정유설비 공기 단축의 신기록을 세우면서도 무재해 무사고로 설비 건설을 마쳤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공기 단축 신기록을 수립한 것만큼이나 사고 없이 건설을 마쳤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조 사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은 탈황설비 건설기간에 명절을 포함해 20회 이상 수시로 건설현장을 찾아 안전을 강조했고 작업자들이 이에 부응해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밸런스 2030(2030년까지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부정적 사업의 영향을 0으로 만들겠다는 사업전략)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 차원에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SK에너지가 SK이노베이션을 대표하는 계열사인 만큼 '선봉장' 조 사장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조 사장은 밀폐공간 가스 감지시스템의 개발 완료를 밝히며 “대규모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라며 “첨단기술과 결합한 2중3중의 안전장치로 산업현장의 완벽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이제 안전이다.
코로나19는 삶의 질보다 안전이 우선함을 깨닫게 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다. K-Pop에서 K-방역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안전의 눈으로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김용균법’이 시행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핀테크를 필두로 비대면산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제 안전이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됐다. 안전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인 시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안전경영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안전사회를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