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대폭 인하돼 카드사의 수익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수익이 악화하면 카드사들이 각종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서거나 인원감축 등 긴축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는 필요하다면 카드사 수익보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대폭 인하
금융위원회는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해 내년 1월말부터 이 방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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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당정협의가 열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당정협의회에서 “원가 인하 여력을 바탕으로 경기침체로 어려움 겪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더 많은 혜택 돌아가도록 초점을 맞췄다”며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통해 중대형 가맹점과 수수료 차별문제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1월말부터 연매출 2억 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매출의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 원인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 낮아진다.
카드사와 가맹점이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일반가맹점(연매출 3억~10억 원 이하)에 대해서도 현재 2.2% 수준인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을 1.9% 수준으로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연매출 1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의 경우 현행 약 1.96%의 평균 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밖에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도 2.7%에서 2.5%로 0.2%포인트 낮추고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할 때 납세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국세납부대행수수료)또한 1.0%에서 0.8%로 0.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인하된다. 영세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1.0%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각각 0.5%포인트 떨어진다.
정부는 2012년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해 3년마다 원가를 재산정해 수수료율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 카드사 수익감소 불가피
수수료율이 인하되면 카드사들의 수익하락은 불가피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연간 67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2조2천억 원) 기준 3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중소 가맹점 대상 수수료율 인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카드사들의 수익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는 필요하다면 정부에 카드사 수익 보전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아직 카드사들의 정식 건의가 접수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카드사들의 요구가 접수되면 정식으로 정부에 정책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악화하면 카드사들이 각종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서거나 희망퇴직, 신규 채용 축소 등 긴축 경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카드 결제대행사(VAN) 수수료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내부적으로 비용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새로운 신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늘리든지 비용을 줄이든지 수익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며 “수수료인하 방안이 발표됐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