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새로운 정강정책에 진보적 의제를 대폭 반영하기로 하는 등 통합당의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당은 새로운 정강정책에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현행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인하하는 방안, 지방의회 청년 의무공천 방안, ‘한국형 기본소득’ 등의 내용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정강정책특별위원회는 13일 새 정강정책 최종안을 비대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당초 제외하기로 했던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4연임 금지 방안’도 아직 논의 테이블에 올려 놓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국회의원 4선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 정체성에 개혁색깔을 입히는 데 더해 통합당의 지지세가 낮은 호남, 청년 등을 향한 구애의 손길을 뻗치며 지지층의 외연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통합당은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호남의 수해현장을 찾아가 복구 작업을 돕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런 봉사활동이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약자와 동행’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도 방문하기로 했다. 그는 11일 국회에서 “19일 광주에 간다”며 “그동안 통합당이 지나칠 정도로 호남지역에 큰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당을 새롭게 운영하는 과정에서 호남 민심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개혁행보를 쉬지 않고 밀어붙이는 이유는 당의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게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기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최근 정당지지율 조사를 보면 두 조사에서 모두 통합당은 민주당과 격차를 오차범위 안으로 좁혔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조사기관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6일 비상대책위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여론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이 통합당의 자체적 개혁성과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민주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과거의 과격한 장외투쟁 대신 원내활동을 통한 정책 논쟁에 집중하는 비대위의 방향성이 지지율 상승에 한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국회 5분 연설’로 반향을 일으키며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초선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사례도 당 지지율을 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런 지지율 상승이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의 체질개선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근본 해결책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이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기득권 옹호 정당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다면 여론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1년 재보궐선거를 준비하는 데도 마음이 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재보궐선거는 많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미니대선 또는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데 여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통합당의 집권 꿈은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보궐선거의 성패는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재보궐선거에서 통합당의 승리를 이끌어 낸다면 2022년 대선 때까지 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울·부산시장으로 내세울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김 위원장의 고민일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서울·부산시장 후보와 관련한 하마평은 무성하지만 거명되는 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기성 정치인으로 참신성이 떨어지거나 무게감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총선에서 낙선한 인물들이 거론되는 것을 놓고 ‘패자 부활전이냐'는 비야냥마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도 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재보궐선거 후보는 참신하고 새로운 사람이 나와야 한다”며 “지방행정은 경영능력 있고 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통합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김세연 전 의원 등이 꼽힌다. 김 전 의원은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두고 사업과 정치를 해온 이력 때문에 부산시장후보로도 거명된다.
이런 인물들은 대선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같은 이름들이 여기저기서 반복돼 거론되는 게 기존 통합당의 인물난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시선도 나온다.
통합당 안팎에서 ‘미스터트롯’ 같은 오디션 방식을 채택해 서울·부산시장, 대통령 후보를 고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흥행몰이로 참신성 부족을 메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김 위원장은 6월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공정한 심판관을 구하기 힘들어 미스터트롯 방식으로는 후보를 뽑지 못할 것”이라며 오디션 방식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