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하반기 스마트폰시장에서 성과를 낼 기회를 잡게 됐다.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폰3강으로 꼽히는 애플과 화웨이가 미국국과 중국 갈등으로 스마트폰사업이 위축될 위기에 놓여 삼성전자의 수혜가 예상된다.
▲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5일 신제품 공개행사 '갤럭시언팩'을 통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
11일 모바일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중국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위챗’ 금지조치를 내리면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챗은 메시지, 결제, 전자상거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 제공한다. 매달 활성 사용자가 무려 12억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위챗의 모기업 텐센트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텐센트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으면서 위챗을 통해 미국인을 포함한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거래 금지의 정확한 범위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애플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제한하는 일이 미국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위챗 이용자 12억 명 가운데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이폰에서 다른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궈밍치 톈펑국제증권 연구원은 “위챗 금지조치는 중국시장에서 아이폰 출하량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세계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금지되면 연간 아이폰 출하량은 25~30% 줄어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위챗 제한이 미국에만 한정된다고 해도 애플은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궈밍치 연구원은 미국 앱스토어에서만 위챗이 없어질 때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6%가량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2019년 아이폰 판매량이 1억9300만여 대라는 점을 놓고 보면 연간 1160만여 대가 감소하는 수준이다.
화웨이는 애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고성능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체 반도체 ‘기린’ 시리즈를 개발해 왔는데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수급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9월15일부터 화웨이를 대상으로 새로운 제재를 시행할 것으로 예정됐다. 제재안은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한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세계 반도체기업 대부분이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화웨이가 외부에서 반도체를 받을 길은 9월부터 사실상 막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조차 화웨이와 이미 거래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에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리처드 위(위청둥)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7일 중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용 자체 반도체를 생산할 방법이 없다”며 지난해보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었는데 뜻밖의 호재를 맞이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화웨이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화웨이가 5480만 대를, 삼성전자가 5420만 대를 출하해 처음으로 화웨이의 분기별 출하량이 삼성전자를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애플이 하반기 최초의 5G통신 아이폰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는 일도 삼성전자에 새로운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애플이 하반기부터 아이폰12 시리즈를 판매해도 2020년 전체 5G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 2억3440만 대 가운데 21.4%를 점유하며 삼성전자(17.8%)를 제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애플과 화웨이가 미중 갈등에 발목을 잡히면서 삼성전자는 5G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시리즈,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2’ 등 신제품들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이후 회복될 스마트폰 수요를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5G와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기술은 단말기 교체 수요를 촉진하고 시장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며 “더욱 강화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회복 수요와 연말 성수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