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다른 조선계열사들과 정유계열사 현대오일뱅크 등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안전경영을 강화하는데 3년 동안 3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그룹 조선계열사의 맏형 현대중공업이 투자하는 비용만 3년 동안 1600억 원이다. 권 회장이 내놓은 안전관리 종합대책은 현대중공업의 안전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사업은 조선업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산업재해로 노동자 5명이 숨졌다.
특히 5월21일 발생한 하청노동자 김모씨의 사망사고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5월20일까지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을 받은 직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사고는 비단 올해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조선업은 거대 시설산업이면서 동시에 노동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 이런 특성 탓에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앞서 7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제조업 회사들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산업재해 발생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기간 현대중공업의 누적 노동인원은 10만2190면, 재해자 수는 1853명으로 집계됐다. 재해자 수 만인율(재해자 수의 1만 배를 누적 노동자 수로 나눈 것)은 181.3이었는데 이는 2위 기아차의 97.6보다 2배가량 많다.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산업재해 발생비율이 높은 산업이 건설업이다. 현대중공업의 재해자 수 만인율 181.3은 건설업 1위 GS건설의 25.1보다도 무려 7배 이상 높다.
강 의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 책임 있는 기업이 책임을 져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우선 입법에 국회가 제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만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원식 의원을 중심으로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에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의원 36명이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권 회장도 현대중공업의 취약한 안전경영을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현대중공업의 안전문제는 정치권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표적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6월 울산시청 앞에서 ‘단체교섭 승리, 산재추방 결의대회’를 여는 등 꾸준히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
권 회장에게 현대중공업에 안전의 뿌리를 내리는 것은 경영의 안정화와도 맞닿은 문제인 만큼 최악의 산업재해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온힘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권 회장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이번 안전관리 종합대책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안전에서는 회사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노동자들의 적극적 참여도 중요한 만큼 모두가 한마음으로 안전경영 실현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이제 안전이다.
코로나19는 삶의 질보다 안전이 우선함을 깨닫게 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다. K-Pop에서 K-방역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안전의 눈으로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김용균법’이 시행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핀테크를 필두로 비대면산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제 안전이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됐다. 안전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인 시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안전경영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안전사회를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