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조선3사가 수주영업에 공들여 온 프로젝트들의 LNG운반선 발주가 하반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3사 가운데 LNG운반선을 가장 많이 수주할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계약 확정을 목표로 단독 협상하고 있는 4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이 프로젝트가 러시아의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의 쇄빙 LNG운반선 10척 이상이라고 해석한다. 삼성중공업은 이 프로젝트의 기술 파트너로 선정돼 이미 지난해 11월 쇄빙 LNG운반선 5척을 수주한 바 있다.
발주처인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Novatek)은 시베리아 북서부 야말 반도와 기단 반도의 해상가스전 개발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올해 안에 쇄빙 LNG운반선을 발주해 2023년~2025년 선박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Total)이 추진하는 가스전 개발계획 모잠비크 1구역(Area1)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운반선 8척도 이미 토탈과 건조의향서(LOI)를 맺었다.
토탈은 선박을 용선 발주하기 위한 선주사 선정까지 이미 마쳤다. 그리스 선사 마란가스마리타임(Maran Gas Maritime)과 일본 NYK라인이 삼성중공업에 LNG운반선을 4척씩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과 함께 한국조선해양도 토탈의 모잠비크 LNG운반선을 건조하기 위한 건조의향서를 8척 맺어뒀다.
일본 해운사인 MOL(미쓰이OSK라인)과 K라인이 각각 4척씩 한국조선해양에 선박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앞서 7월30일 진행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모잠비크 1구역 프로젝트의 LNG운반선은 선주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실상 마무리단계로 보고 있으며 8월 말 쯤에 실제 건조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 쉘)의 LNG운반선 수주에도 근접해 있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 선사 크누센(Knutsen),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대한해운은 쉘의 용선 발주계획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에 LNG운반선을 각각 4척, 2척, 2척씩 발주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당시 계약에 포함된 옵션물량 6척의 확정 발주가 임박했으며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들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선박들을 나눠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쉘은 한국조선해양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6척 분량 더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조선해양의 수주물량이 6척에서 12척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함께 러시아 쇄빙 LNG운반선을 최대 12척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텍이 선박 건조가격을 절감하기 위해 일부 물량을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발주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으나 북극 LNG2 프로젝트의 실무진들은 선박 품질을 보장받기 위해 12척을 모두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북극 LNG2 프로젝트의 선행계획인 야말 프로젝트에 쓰일 쇄빙 LNG운반선을 15척 수주했다. 2019년 11월 15호선의 인도를 끝으로 프로젝트 선박을 모두 정상인도한 경험이 있다.
▲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페트롤리엄 CEO가 6월1일 조선3사와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예약하는 화상 서명식에서 서명하고 있다. <카타르페트롤리엄>
조선3사의 공통 이벤트인 카타르 LNG운반선 100척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첫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6월 조선3사는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과 LNG운반선 최소 100척 분량으로 추정되는 슬롯 예약계약을 맺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5~7년에 걸쳐 슬롯 예약계약이 실제 건조계약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각 조선사별로 균등 수주를 가정하면 연 수주량은 1조1200억~1조5700억 원(5척~7척가량)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상반기에는 조선3사 모두 수주가 부진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했으나 목표인 73억1천만 달러의 20%만을 채웠다. 한국조선해양은 157억 달러 가운데 13%를 달성했고 가장 적은 선박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수주목표 84억 달러의 6%를 채우는 데 그쳤다.
이는 조선3사의 주요 먹거리인 LNG운반선의 발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코로나19의 확산에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자 선주사들은 글로벌 선박시장의 흐름을 관망했다. 이런 가운데 LNG운반선은 중국 해운사들이 중국 조선사에 3척을 발주한 것을 제외하면 단 1척도 발주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조선3사의 올해 LNG운반선 수주 물꼬가 터졌다.
앞서 7월31일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LNG운반선을 2척씩 나눠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상 비밀유지조건을 들어 선박의 정확한 발주처와 사양을 밝히지는 않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을 시작으로 조선3사의 LNG운반선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의 프로젝트 LNG운반선 발주는 어느 한 프로젝트의 선박 발주가 다른 프로젝트의 선박 발주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