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해 선분양으로 일반분양을 진행할 가능성이 생겼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로 구성된 시공사업단으로서는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인데 둔촌주공 조합 내부 갈등이 여전하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 2019년 8월 둔촌주공아파트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8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강동구청에 3.3㎡당 2978만 원의 분양가로 일반분양 공고 신청을 27일 마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바뀐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건축조합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유예가 끝나는 28일 이전에 일반분양 공고승인 신청만 하면 관할구청의 승인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의한 3.3㎡당 분양가 2978만 원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분양가 가운데 유리한 것을 고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은 2개월 동안 유효하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 조합 총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추인하면 미리 신청한 일반분양 공고의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전에 일반분양을 진행하는 것은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애초 계획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4개 건설사로 구성된 시공사업단은 올해 최대 주택사업장인 둔촌주공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 한숨을 돌리게 됐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9일에 열리기로 했던 임시총회가 조합 내부 분란으로 취소되면서 일반분양 일정이 크게 밀리거나 후분양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이 많았다.
일반분양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시공사업단으로서는 분양대금 입금 지연 등으로 금융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시공사업단은 6월 이런 점을 반영해 분양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공문을 조합에 발송하기도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170-1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 동으로 1만2032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이른다.
현대건설(28%), 현대산업개발(25%), 대우건설(23.5%), 롯데건설(23.5%)이 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사마다 약 3천 세대, 일반분양으로만 약 1200세대씩 분양하게 된다.
올해 네 건설사가 세운 분양목표가 1만5천~3만 세대로 편차가 크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둔촌주공 분양에만 올해 분양목표의 10~20%가 달린 셈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이른 시점에 일반분양을 진행할 방안을 마련해뒀지만 변수는 조합 내부 갈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둔촌주공 조합원 가운데 후분양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은 8월8일 조합 집행부 전원 해임을 결정하는 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서울 공시지가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일반분양 시기를 최대한 미뤄 후분양을 해야 분양가를 높여 조합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분양가 상한제에서 분양가는 공시지가에 따른 택지가격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은 3700여명으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원 6123명의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조합 주요 결정은 조합원 과반수 참석에 참석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선분양 방안을 준비한 현재 조합 집행부와 달리 후분양을 지지하는 조합 집행부가 향후 들어설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선택에 따르겠지만 후분양으로 사업조건이 바뀐다면 재계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공사업단 주관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면서도 “조합이 후분양을 결정한다면 이에 따른 사업조건 변경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죽조합이 후분양을 선택하면 시공사업단 교체도 함께 일어날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 내부에서는 현재 시공사업단에서 삼성물산 단일 건설사로 시공사를 교체하자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교체 시공사는 후분양에 따른 금융비용, 기존 공사비 등을 상계할 만큼 풍부한 자금력을 지녀야 하는데 삼성물산이라면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조합에서 보는 것 같다”며 “시공사 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후분양을 하더라도 이 모든 비용을 포함해 사업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