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냅챗'이 개인정보 침해 및 소비자 기만 혐의로 20년 동안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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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 스피겔 스냅챗 CEO |
스냅챗은 개인정보 보호를 장점으로 내세워 미국에서 10대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이용 논란에 휩싸였던 페이스북은 스냅챗을 사들이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 개인정보 보호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페이스북은 인수하지 않은 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한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비교돼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최근 스냅챗의 소비자 기만 사건의 종결을 조건으로 정부가 20년 동안 스냅챗의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조처를 감시하기로 했다. 연방무역위원회는 스냅챗이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스냅챗은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다. 스냅챗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항상 10초만 보이고 휴대폰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심지어 스냅챗 운영자들도 사진을 보관하지 않아 보낸 순간 보지 않으면 끝다. 또 갤러리에 저장된 사진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항상 그 순간을 "snap(순간 촬영을 하다)"한 사진들로만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스냅챗으로 불린다.
그러나 스냅챗은 이용자들로부터 수집하는 개인정보 범위를 속였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를 허가없이 사용한 것으로 연방무역위원회 조사결과 확인됐다. 또 스냅챗은 위치정보를 추적하거나 수집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지만 앱 사용자들로부터 연락처와 위치정보를 전송받았다.
발송자가 정한 시간이 지나면 스냅 메시지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도 간단한 조작으로 복원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이나 속임수를 동원하면 수신자가 스냅을 무한정 보관 가능할 수 있다.
스냅챗은 비디오 스냅을 스마트폰 등 수신기기에 보관할 때 암호화 과정없이 외부 파일에 방치했다. 이는 제3자가 해당 스마트폰을 컴퓨터에 연결하거나 접근권한을 획득하면 내용을 쉽게 훔쳐볼 수 있다는 의미다.
스냅챗은 그동안 '친구 찾기' 기능에 보안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지적받았으나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해 초 460만 명의 아이디와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졌다.
연방무역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만약 어떤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사생활보호와 보안을 핵심장점으로 삼는다면 이 회사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냅챗은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스냅챗은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위한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스냅챗을 인수하기 위해 30억 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나 스냅챗은 이를 거절했다. 이번 사건으로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인수하지 못한 것은 ‘행운’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20년 동안 감시를 한다는 것은 강한 조처다. 한국의 경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기업에 경고한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금융기관에 정보보관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거나 주민번호를 내외부 망에서 암호화하도록 할 뿐이다. 이번 미국 정부의 강한 조처를 감안할 때 한국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조처가 지나치게 솜방이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