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이른바 ‘대어급’으로 평가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테크놀로지)의 상장주관사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이 이번 주관사 선정에서 미래에셋대우 등에 밀린 것은 SK바이오팜에 이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까지 특정 증권사에 몰아주는 데 따른 SK그룹의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미래에셋대우가 이번 주관사 선정에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함께 증권사를 고른 비율로 나누려는 경향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그룹사는 자본시장에서 금융회사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 상장 및 회사채 발행 등을 추진할 때 대형증권사 위주로 배분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카카오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각각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번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관사 선정에서도 SK바이오팜 주관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국내 증권사·외국 증권사 모두 새로 선정됐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와 JP모건이,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이 맡게 됐다.
SK바이오팜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모건스탠리였다.
SK바이오팜 상장 흥행이 보수적으로 공모가를 설정한 데 힘입은 것이기 때문에 NH투자증권 역량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 점도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주관사 선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번 SK바이오팜 상장에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3조8천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20% 넘게 낮았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 시가총액을 최소 5조 원으로 바라봤다. 9일 기준 SK바이오팜 시가총액은 16조934억 원이다.
물론 공모가 설정은 상장회사인 SK바이오팜과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협의를 거친 것이지만 역대급 흥행 결과를 고려할 때 공모가가 낮았다는 점은 대표주관사에게 아쉬운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SK바이오팜 입장에서는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만큼 아쉬움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는 2차전지소재회사로 기업가치도 높아 SK바이오팜에 이어 상장 흥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습식 분리막’를 만드는 회사다. 기업가치는 3조~5조 원, 공모규모는 1조 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2차전지는 바이오 등과 함께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끄는 종목 가운데 하나다.
9일 기준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코스닥지수가 저점을 보였던 3월19일보다 153% 급등했고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12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2차전지회사인 LG화학과 삼성SDI 주가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올랐다.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2차전지 장비 제조회사 에이프로는 2~3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1090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희망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하기도 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1년 상반기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 이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