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20-07-03 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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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이스타항공의 운항중단(셧다운) 및 희망퇴직에 제주항공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운항중단과 희망퇴직을 유도해 인수합병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이에 따른 임금체불과 파산위기 역시 제주항공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3일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은 올해 3월 모든 국제선 및 국내선의 운항을 중단하고 4월부터 계약직 직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이사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의 3월20일 통화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 대표가 이 대표에게 임금 문제와 관련한 직원들의 사정을 들며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자 이 대표는 “운항중단을 하고 희망퇴직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최 사장이 “희망퇴직자에겐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고 말하자 이 전 사장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이 통화 내용을 근거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유도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 조종사노조의 주장이다.
조종사노조는 “1월부터 제주항공 직원 4명이 매일 이스타항공 본사에 상주하며 모든 주요 영업활동을 감독했다는 점, 노사 사이의 주요 쟁점을 놓고 제주항공측과 수시로 통화하며 지휘를 받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인력감축은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스타항공 체불임금도 운항중단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 만큼 그 책임이 제주항공에 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이 고의로 이스타항공의 파산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제주항공은 그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해왔으면서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에게 갚으라고 하는 것은 날강도나 다름없다”며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 거래를 파탄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와 인수합병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인수를 거부한다면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파산 말고는 다른 길은 없다”면서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고의로 파산시켰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이 5월 항공교통심의위원회의 운수권 배분에서 정책적 특혜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상황을 활용해 11개 노선을 배분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 규탄 및 정부의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 피켓팅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4일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시민단체들과 대책위도 구성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