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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사장이 지난해 5월13일 jTBC사옥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오는 13일로 jTBC 보도부문을 맡은지 1년을 맞는다.
처음 손 사장이 jTBC에 영입될 때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다. 그가 jTBC를 탈바꿈할 것이란 긍정론도 있었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언론인 중 한 명이 사라졌다는 비관론도 나왔다. 일부에서 배신자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손 사장은 과연 jTBC를 얼마나 바꿔낸 것일까?
◆ 손석희가 바꾸든가 손석희가 바뀌든가
진중권 교수는 지난해 손 사장의 jTBC행이 알려지자 트위터에 “결국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의 문제”라는 글을 올렸다.
MBC PD 출신인 김평호 단국대 교수는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는 것인데 잡아 먹힐 게 뻔하다"고 말했다. 손 사장이 바뀌거나 혹은 견디자 못해 튀어나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언론계의 한 인사는 "검은 색 잉크에 하얀 물방울을 넣는다고 전체 색깔이 바뀌지 않는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마나 긍정적 평가는 손 사장이 얼마나 jTBC를 바꿔낼지 인내를 갖고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종편을 선택한 손 사장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손 사장이 jTBC를 상당부분 바꿔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급등한 시청률이 이를 말해준다. jTBC의 9시뉴스 시청률은 그가 사장이 되기 전보다 크게 올랐다. 사장이 되기 전 1%가 채 되지 않던 시청률은 지난달 말 최고 5%를 넘어서며 MBC뉴스데스크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jTBC의 뉴스가 크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손 사장이 직접 앵커를 맡은 지난해 9월부터였다. 손 사장으로서 1999년 이후 14년 만에 앉는 앵커 자리였다.
손 앵커는 사실, 공정, 균형, 품위의 네 가지 보도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정치귄의 외압이든, 삼성으로 상징되는 재벌 관련 내용이든 과거 시선집중 때처럼 가감없이 다루겠다”고 밝혔다. 앵커를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 “뉴스를 함께 만드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손 앵커는 뉴스의 형식과 내용을 크게 바꿨다.
jTBC 뉴스는 종편 출범 당시부터 뉴스의 차별화를 목표로 삼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른 방송의 뉴스보다 더 많은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고 가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스튜디오에 등장하는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이마저도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유치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손 앵커는 백화점식 보도가 아닌 심층성을 선택했다. 모든 것을 반드시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선택과 집중’했다. 최근의 세월호 보도와 마찬가지로 한 사안을 여러 명의 기자가 다각도로 취재해 손 앵커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바꿨다. 다른 뉴스보다 다루는 사안의 종류는 줄었지만 그 질은 높아졌다.
‘손석희 효과’는 위력을 발휘했다. 방송 하루만에 1.5% 아래를 밑돌던 시청률이 2%에 근접했다. 종편 경쟁사인 TV조선과 채널A를 제치고 종편3사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손 앵커의 인터뷰도 화제의 대상이었다. 9월16일 첫 방송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출연했다. 손 앵커는 안 대표에게 “현실성 없는 대답 같다”,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냐”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역시 손석희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후로도 여러 유명인사들이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손 앵커가 “구설수에 많이 오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인기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대답해 또 구설에 올랐다.
이밖에도 유시민, 박원순, 문재인, 윤여준 등 거물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손 앵커의 인터뷰 대상이 됐다. 전도연, 하정우, 추신수 등과도 인터뷰했다. 손 앵커의 명성을 낳은 MBC 라디오 ‘시선집중’이 TV에서 재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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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앵커는 지난해 10월 예상을 깨고 삼성을 전면 비판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
◆ 손석희 jTBC, 삼성을 비판하다
손 사장이 jTBC 행을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과연 손 사장이 삼성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jTBC의 모태가 바로 삼성이기 때문이다.
jTBC 뉴스는 손 사장 이전에도 일정한 수준에서 정부와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관심사는 손 사장이 jTBC의 성역이라 일컬어지는 삼성을 과연 건드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런 의문에 대해 손 사장은 일정한 답을 내놓았다. 손 사장은 사장이 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던 지난해 5월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했다. 하루 늦게 보도한 점은 비판을 받았다. 역시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그 뒤 더욱 적극적으로 삼성을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손 사장이 앵커를 맡고 한달 쯤 지난 10월이었다. 손 앵커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을 바탕으로 삼성의 ‘노조 와해 작전’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첫 보도부터 다섯 번째 꼭지까지 관련 소식으로 채웠다. 손 앵커는 심 의원을 직접 스튜디오로 불러 인터뷰를 했다.
손 앵커가 통합진보당 사태를 다룬 것은 역풍을 맞았지만 jTBC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jTBC 뉴스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정부조치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의견만을 중심으로 방송하고,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면서 여론을 조작했다고 문제 삼았다.
이 보도로 징계를 받았지만 손 앵커와 jTBC 뉴스는 시청자들의 옹호하는 목소리를 얻었다.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손 사장은 jTBC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을 jTBC로 끌어들였다. MBC ‘100분 토론’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맡고 있는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 교수가 jTBC의 새 얼굴이 돼 시사뉴스쇼를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의 jTBC 행은 손 앵커의 삼고초려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위터를 통해 종편에 출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진중권 교수도 뉴스쇼의 고정패널로 합류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손 앵커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직접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