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금융그룹(미래에셋)과 네이버가 테크핀시대를 맞아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과 돈독한 유대를 바탕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한 만큼 포털과 금융계의 두 ‘공룡’의 동맹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네이버와 미래에셋이 3년 전부터 시너지를 내기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던 디지털금융의 성과가 네이버통장을 시작으로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통장' 출시와 관련해 "네이버통장은 두 회사 협력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테크핀시장 진입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핀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금융회사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핀테크’와 다른 개념이다.
미래에셋은 자기자본 소액대출, 자산운용, 신용평가 등 모든 방식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의 디지털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혁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일부 계열사 핵심업무를 네이버에 위탁하는 실험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정대리인제도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에게 개인과 소상공인 대출심사 업무를 위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정대리인 심사위원회를 열어 네이버파이낸셜을 포함한 3개의 핀테크기업을 지정대리인으로 승인했다고 3일 밝혔다.
지정대리인제도는 정보통신(IT)기업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이나 카드발급 심사, 보험계약 변경 같은 금융회사 핵심업무를 최대 2년동안 위탁받아 혁신적 아이디어를 시범 운영해볼 수 있는 제도다.
네이버는 쇼핑몰에서 네이버페이를 통해 결제된 판매현황과 품목, 반품률, 쇼핑등급과 같은 자료를 활용해 개별고객의 지급능력 등을 파악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심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이번 지정대리인 업무를 시작으로 위탁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에셋이 네이버와 동반자 관계를 통해 테크핀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셈인데 이른 다른 증권사들이 IT기업 등과 연결계좌를 여는 등 소극적 협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두 회사가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 동반자 관계를 이어나가는 배경으로 박 회장과 이 글로벌투자책임의 깊은 개인적 인연이 꼽힌다.
자수성가형 창업주로 분류되는 두 사람은 분야가 다르지만 사업적 공감대를 토대로 인연을 맺어왔다.
박 회장은 직접 이 글로벌투자책임을 들어 “우리 같은 창업세대들은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로 통하는 게 있다”며 “이 글로벌투자책임을 만나보니 그가 별다른 사심 없이 회사를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2017년 6월 1조 원에 이르는 자사주 맞교환 방식의 대규모 지분투자로 일찍이 협력관계를 굳혔다.
자사주 교환으로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지분 7.11%,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1.71%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박 회장은 “네이버와 주식 맞교환은 사업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 회장을 향한 신뢰를 보였다.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특히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행보도 두 사람의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박 회장은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홍콩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 역시 국내보다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박 회장은 “네이버가 한국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적극 뛰어드는 점이 미래에셋과 DNA가 맞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