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코로나19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성규 하나은행장.
11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꾸준히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100%를 밑돌고 있다.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올해 1분기 기준 95.1%다.
2019년 말 94.1%, 2018년 말 91.5%보다 높아졌지만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넘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0.5%, KB국민은행 126.7%, 우리은행 120.7%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대손충담금 잔액을 고정이하여신금액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여신은 연체기간 등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뉘는 데 고정이하(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은 부실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보통 대손충당금과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규모가 균형을 맞추는 100% 이상을 유지해야 손실 흡수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한다.
하나은행이 대손충당금 적립률 100%를 맞추려면 3월 말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470억 원가량 더 쌓아야 한다.
하나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00%를 밑돌고 있지만 대출 부실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담보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단순히 대손충당금 적립률만으로 자산 건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자산 건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말 기준 하나은행의 담보대출 비중은 64%로 KB국민은행(61%), 신한은행(53%), 우리은행(44%)과 비교에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신용대출 비중은 20%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들이 건전성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하나은행의 낮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을 떨쳐낼 필요도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코로나19, 전개상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빠르게 끝나지 않으면 갑자기 늘어난 기업대출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며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실업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가계대출의 건전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5월 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부터라도 충당금과 내부유보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 흡수능력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 건전성을 향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과 관련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해 부도확률(pd)을 신용등급별 과거 통계자료보다 더 높게 조정해서 대손충담금을 더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과 협의된 자체신용모형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예상손실을 추정할 때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지, 데이터 활용 범위, 집합평가 및 개별평가 사용 여부 등이 은행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적립률에서 차이를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