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채권단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 무산에 대비한 플랜B도 이미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계약이 무산되는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거래 종료일까지 6개월가량 남은 만큼 우선 매각 성사를 위해 최대한 애쓰겠지만 지금으로선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제기되는 방안은 재매각, 분리매각, 채권단 관리 등이 있다.
일단 바로 재매각하는 방안은 항공업계를 둘러싼 상황 등을 볼 때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항공업황이 지금처럼 나빠지기 이전에도 인수전에 참여한 대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일했다.
채권단이 가격 등 진입장벽을 낮춰 재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한꺼번에 인수하려면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분리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보다 덩치가 훨씬 작아 원매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두 자회사를 떼어내면 몸값이 크게 떨어진다.
에어부산은 부산시와 부산지역 기업들이 주요주주로 있어 이들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제주항공이 에어부산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항공은 이미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 몸값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어찌 보면 대형항공사를 정말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어 아시아나항공에 한때 관심을 보였던 기업들이 ‘저가매수’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꼽혀왔는데 최근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에 1천억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공업 진출이라기보다는 단순 지분투자에 가깝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로 들어가는 방안도 현재로선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 아래에서 채무 조정과 구조조정 등을 거쳐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몸집도 줄인 뒤 다시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채권단은 최근 국내 한 법무법인을 통해 일본항공(JAL)의 정상화 사례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항공은 ‘최대 규모의 파산기업’에서 ‘최단기간 회생기업’으로 탈바꿈한 사례로 손꼽힌다.
일본항공은 2010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6조 원가량의 부채를 탕감받고 모두 13조 원의 공적자금도 지원받았다. 당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2년여 만에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면 이번이 두 번째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2009년 12월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 없이 채권단과 기업의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해외차입이 많아 워크아웃이 결정되면 해외채권자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간주해 한꺼번에 채무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자율협약으로 결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이번에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이 주요주주로 올라 더욱 강도 높게 관리할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