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하나손해보험이 공식 출범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공식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금융지주들은 보험사에 꾸준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2년 전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고 올해 들어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KB금융지주도 올해 안에 푸르덴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나머지 신한금융지주도 손해보험사를 인수하거나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우리은행이 JC파트너스가 주도하는 KDB생명보험 인수전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들이 업황 악화로 앓는 소리를 낸 지 오래지만 금융지주 사이에서 보험사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는데 외형 확장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에 따른 수익률 악화,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급등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순이익 감소폭은 10~40%에 이르렀다.
생명보험사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41%, 업계 2위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87% 급감했다.
그럼에도 금융지주들은 보험사의 성장성이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보험시장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변화할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며 “인구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사회 변화와 맞물린 선진국형 시장구조로의 변화로 앞으로 손해보험시장은 지속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치관과 기술의 급변으로 금융의 경계가 사라지고 여행, 배달, 유통 등 일상생활 보장을 향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손해보험사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이 디지털손해보험사들은 시장 규모나 각종 규제장벽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았던 일상생활 속 작은 손해를 보장하는 틈새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인터넷쇼핑몰의 ‘반품 리스크’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 나오고 하루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하루짜리 운전자보험도 출시됐다.
생명보험시장 역시 저출산·고령화로 소비자들의 건강상태와 질병 특성이 달라짐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는 등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해도 금융지주 아래 있는 보험사들이 여전히 제몫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2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하긴 했지만 KB금융지주에 꾸준히 순이익을 안겨주는 효자 자회사다. 오렌지라이프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2715억 원에 이른다. 지분율을 고려하면 이 가운데 1606억 원이 신한금융지주 실적에 반영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저금리 기조를 향한 우려와 관련해 “저금리는 이미 일본이나 유럽이 경험한 상황인데 유럽은 은행보다 생명보험사의 PBR(주가 순자산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회가 있고 보험 수요도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앞날이 예전만큼 장밋빛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 보험사 55곳의 순이익 합계는 1조466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1%나 감소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이 38.4%나 감소했고 손해보험사는 4.3% 감소해 그나마 선방했다.
생명보험사 실적은 2분기부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췄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생명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2%대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며 “저금리기조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제로금리시대가 너무 빨리 열려 대응할 여력을 미처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철수가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푸르덴셜그룹은 KB금융지주에게 푸르덴셜생명 지분을 넘기면서 30년 만에 국내에서 철수한다. 메트라이프생명과 동양생명, ABL생명 매각설도 끊이질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