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20-05-29 17: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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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이 정부의 경영평가를 계기로 삼아 직무급제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정부는 경영평가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임금 감소 가능성에 직원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고 노조를 중심으로 내부 반발도 예상돼 공공기관들이 전면 도입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월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직무급제 도입을 토대로 한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발간에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공공기관과 노동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기관들이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계기로 직무급제 도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재무실적과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제도를 말한다. 해마다 6월 후반 직전연도의 평가결과가 공개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등급은 직전연도의 결과를 기준으로 개별 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낮은 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경고나 해임권고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직무급제를 시행하는 공공기관에 가산점(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 도입을 적극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준인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도 세부평가 항목 내용에 ‘직무 중심의 합리적 보수체계로 전환을 위한 기관의 노력과 성과’가 포함됐다.
기재부는 4월과 5월에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협의회를 두 차례 열었는데 이때 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 임금체계 개편방침과 더불어 경영평가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에 발표된 공공기관 인사혁신 과제에도 업무성과를 주요 기준 삼아 전체 인원의 2%를 특별승진하는 제도가 들어갔는데 업무 중심의 직무급제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가산점 기준으로 직무급제를 확정한다면 현재 지지부진한 직무급제 도입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직무평가나 연구용역을 진행한 공공기관 수는 40여 곳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실제 도입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직무급제를 전면 도입한 공공기관은 한국석유관리원, 새만금개발공사,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재정정보원,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 5곳에 불과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전면도입을 결정했지만 직무급제가 시행되면 일부 직원의 임금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뒤 노동조합이 직무급제 반대로 돌아서면서 회사 측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노동조합연맹과 금융노조 등 개별 공공기관 노조들의 상급단체들도 직무급제 시행에 따른 임금 감소 가능성을 이유로 이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 때 가산점 제공이라는 '당근'에도 정부가 바라는 직무급제 전면 도입에 바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금도 한국수력원자력과 강원랜드 등은 간부급 직원에만 직무급제를 먼저 적용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 도입한 직무급제 형태는 호봉제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은 긍정적이지만 정부는 개별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외에도 인력과 재원 등의 지원책 역시 함께 수행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