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전 인천지검장이 새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임명됐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의 수집 및 분석과 대공수사 업무 지휘를 담당한다.
김 차장은 대표적 ‘공안검사’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차장을 지명한 것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가중된 정치적 부담을 김 차장을 임명하는 선에서 털어버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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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 신임 국정원 2차장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의 후임으로 김수민 전 인천지검장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서 전 차장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책임을 지고 지난달 1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 대변인은 김수민 2차장이 선임된 이유로 경험과 전문성을 들었다. 그는 “(김 2차장은) 형사, 공안, 외사 등 형사사법 분야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소탈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주변 신망이 두텁고 조직관리 능력도 뛰어나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법조인 출신 내정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시 22회 출신으로 서울 서부지검장, 부산지검장, 인천지검장 등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공직을 떠난 뒤 2009년부터 법무법인 영진의 대표 변호사로 일했다.
김 차장은 대검 공안4과장 시절 굵직한 대공사건을 맡은 ‘공안통’이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을 수사하고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등 관련 분야 경험이 많다. 이는 국내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국정원 2차장의 임무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국정원 개혁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대공 수사권을 계속 국정원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박 대통령이 김 차장의 인선 자체로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문책을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나온다.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국정원 2차장을 교체하는 선에서 인사를 끝내려 한다는 해석이다.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강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었다. 서 전 차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지난달 14일 물러날 뜻을 밝히자 즉시 사표를 수리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에게 사과하며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후 상황은 박 대통령과 국정원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간첩 사건 당사자인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는 지난달 25일 열린 항소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관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수사를 거쳐 사건 관련자인 국정원 직원 4명을 기소했다. 야당은 이런 점을 들어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 차장이 지난 2월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6.4 지방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던 것도 논란거리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에서 일하던 사람이 바로 국정원으로 올라가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민 대변인은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은 개인 문제”라며 “그것 자체가 (김 차장의) 인선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김 차장 내정이 발표된 뒤 비판하고 나섰다. 지금껏 요청했던 국정원 개혁의 주요 요소인 ‘대공수사권 폐지’와 맞지 않는 인사이라고 주장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간첩 증거조작사건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기소되고 사건을 담당한 공안검사들은 징계를 받는 마당”이라며 “그런데 또 공안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남 국정원장 문제를 지금까지 방관하고 있는 것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