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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년 전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5가지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제약부문은 언제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을 위해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7백억 원을 들여 영국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매년 5천억~6천억 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영국 바이오기업 지분 50%를 약 726억 원을 들여 사들였다. 이 인수금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기자본 규모의 약 16%에 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을 인수한 회사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양해각서 수준의 계약이 아니라 본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자회사로 편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지분취득 후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삼성그룹이 의료 및 헬스케어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의료비를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2011년 삼성그룹이 설립한 회사다. 세계적 바이오제약 서비스회사인 퀸타일즈와 합작으로 설립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듬해에도 글로벌 바이오제약사인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해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이번 영국 바이오기업의 지분 인수는 세 번째 합작인 셈이다.
이번 지분인수에 대해 한 증권사 제약업종 애널리스트는 "기업가치가 1500억 원 규모의 업체라면 대형 제약사는 아닐 것"이라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업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짧은 역사만큼 자체 기술이 없다. 현재 주로 생산대행을 하고 있다. 세계 1위 바이오제약사 로슈와 지난해 10월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부문 글로벌 3위, 2016년 위탁생산 점유율 30%라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생산을 주로 하면서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제약 부문에서 생산대행→바이오시밀러→바이오 신약 순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은 "내년쯤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의 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 의약품과 구분된다. 바이오 의약품은 유전자 재조합이나 세포 배양기술로 생산되는 단백질이나 호르몬으로 만든 항체, 백신, 인공장기 등을 의미한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을 복제해 만든 것을 말한다. 바이오 의약품과 비교해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0년 이건희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제약을 꼽으면서 설립됐다. 이 회장은 당시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없는 삼성전자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차 배터리, 태양전지 등을 5대 신수종사업으로 꼽았다. 이 5대사업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2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전자와 에버랜드가 각각 43%씩 지분을 출자했다. 설립이후 아직까지 수익은 없다. 첫해 120억 원, 2012년 650억 원, 지난해 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와 에버랜드는 지난해 두 차례 유상증자로 5천억 원을 투입했다. 올해 6천억 원을 추가투입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