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이 11번가만의 차별성을 고객에게 각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쇼핑업계 전반적 호황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했다. ‘커머스포털’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티몬의 ‘타임커머스’처럼 이용자들의 발길을 붙잡을 ‘매력’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
10일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20년 1분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쇼핑업계가 수혜를 입고 있지만 경쟁 강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각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비대면 소비문화의 확산에 발맞춰 자체 온라인몰을 키우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기업들은 이용자 이탈을 막고 수익을 내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의 차별화 전략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11번가는 2019년부터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며 ‘커머스포털’로 도약에 힘을 쏟고 있다.
단순히 다양한 판매자들이 입점해 있는 ‘오픈마켓’에서 나아가 상품에 관한 정보 검색부터 재밌는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고객 참여형 서비스들까지 제공해 11번가를 ‘쇼핑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상호 대표는 2019년 출혈경쟁으로 치닫던 이커머스업계의 ‘할인경쟁’에서 벗어나 ‘실시간 쇼핑검색어’ 동영상 리뷰 ‘꾹꾹’ 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플랫폼 차별화를 위한 뚝심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경력직 개발자들도 대거 채용해 11번가를 쇼핑 상품검색 분야의 포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11번가는 2019년 커머스포털 전략으로 매출은 두 자리 수로 줄어들며 이커머스업계 매출 2위 자리를 쿠팡에 내줬지만 그래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숙원이었던 흑자전환에 성공해 성장전략 방향성에 관해 안팎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도 2020년 수익성 개선 추세를 지속하면서 외형 성장도 이뤄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에게 커머스포털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2020년 또 한 번 성장하는 11번가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할인경쟁이 아닌 플랫폼 경쟁력과 다양한 분야 파트너기업들과 제휴 확대로 승부하겠다는 뜻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쿠팡, 티몬 등 경쟁기업들이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의 수혜를 누린 반면 11번가는 2019년 흑자전환 성과를 지속하지 못하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도 2019년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했다,
올해 1분기 거래액이 9%가량 늘어났지만 전체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장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2월과 3월 온라인유통기업 매출은 각각 34.3%, 16.9% 증가했다.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12조582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보였다.
11번가는 상장이라는 장기 목표를 위해서라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흑자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절실하다.
SK텔레콤은 앞서 2019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자회사 5곳애 11번가를 포함했다. 11번가가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하면서 5천억 원의 투자를 받을 때도 투자자들은 5년 안 상장을 조건으로 달았다.
11번가는 1분기 실적을 두고 “거래액이 늘었지만 고객혜택 제공방식을 변경하면서 반영된 회계상 매출 차감요인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효율 직매입사업의 전략적 축소로 매출이 줄었다”며 “국내외 1등 사업자와 제휴 확대, 당일배송 등 배송 관련 서비스 강화 등으로 2분기 이후 본격적 외형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