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이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 한시적 허용 등 관세청의 바뀐 면세점 관련 정책 시행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책이 시행되면 국내 면세점업계의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구역이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
최근 관세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여행객 급감에 따라 매출 감소가 장기화하고 있는 면세점업계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재고 면세품에 대한 국내 판매와 물품 공급자 외의 제3자에 대한 국외 반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10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허용해준 면세 재고품 국내 유통과 제3자 국외 반송 등과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이 허용해준 조치와 관련해 브랜드와 벤더 등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면세점업계에서는 재고 면세품의 제3자 국외 반송과 관련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 면세품의 국외 반출은 물품 공급자와 관련해 반송만 할 수 있었지만 한시적으로 제3자까지 허용되면서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 등에게 면세 재고품 수출의 길이 열렸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제3자 국외반송은 주로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이 될 것"이라며 "관세청이 제3자의 활동 반경을 확대해줬다는 측면에서 중국 보따리상의 구매규모도 2~4월보다 5월에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국내 면세업계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이 돌아온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면세업계에서 중국 보따리상 등 기업형 고객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70~80%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외국인 입국제한조치 등으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하고 있어 중국 보따리상들은 한 달 동안 움직일 수 없게 돼 사실상 발길이 끊겼다.
하지만 이들이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국내 면세점들은 실적 부진을 일부분 만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신라는 1분기 면세점과 호텔사업이 모두 부진하면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봤다.
호텔신라는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9436억 원, 영업손실 668억 원을 봤다. 2019년 1분기보다 매출은 29.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 두 기업은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국내 면세시장 매출이 3월에만 8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2분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기존에는 중국 노동절과 일본 골든위크가 이어지는 5월 초 한국 방문 관광객으로 국내 면세점업계가 대목을 누렸지만 현재는 하늘길이 끊기면서 특수가 사라졌다.
다만 제3자 국외 반송이 실제로 진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판매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조율해야하는 것이 많다”면서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만큼 어떤 효과가 있을 지는 불확실하지만 기대감 자체는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