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킹 필립모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진행된 필립모리스의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코로나19에 따라 사업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틴 킹 최고재무책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사업전략을 짤 것”이라며 “필립모리스의 차세대 전자담배 신제품인 ‘아이코스 비브’와 KT&G의 전자담배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 사업 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감소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높은 전염력 때문에 세계적으로 담배 소비활동이 위축돼 있는데다가 흡연이 코로나19에 기저질환으로 인식되면서 제대로 된 마케팅을 벌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 가디언의 4일 기사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유고브와 금연운동단체 애쉬가 영국 내 흡연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이 두려워 흡연량을 줄이거나 금연을 결정했다는 응답자가 4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라 담배 소비심리가 위축돼 필립모리스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백복인 사장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KT&G가 필립모리스와 전자담배의 해외 판매를 위해 체결한 계약이 필립모리스의 유통망을 이용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KT&G와 필립모리스의 계약 내용에 따르면 KT&G는 160개 이상의 해외법인을 보유한 필립모리스의 유통망을 통해 세계에 전자담배 릴을 판매하게 된다.
KT&G는 필립모리스에 전자담배 기기와 전자궐련을 수출해 이익을 내고 필립모리스는 판매수익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게 되는 구조다.
또한 필립모리스가 모든 마케팅 및 홍보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KT&G로서는 시장 개척을 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백복인 사장은 KT&G와 필림모리스의 전략적 제휴를 두고 경쟁회사 사이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소모적 경쟁을 막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백 사장은 올해 1월 있었던 KT&G와 필립모리스의 글로벌 협업행사‘에서 “필립모리스와 협업은 세계 담배산업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필립모리스의 거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KT&G의 제품을 세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향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자담배시장은 궐련시장에 비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관건인데 백 사장으로서는 시장 선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은 2019~2022년 사이 연평균 22%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필립모리스와 맺은 전자담배 수출계약의 성패가 KT&G의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KT&G는 올해 필립모리스와 맺은 전자담배 수출 성과가 매출 증가에 주요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T&G는 필립모리스와 맺은 계약 내용상 전자담배의 해외 판매시기를 연내로 잡은 만큼 수출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KT&G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계약 당시부터 릴 등의 해외 판매시기를 올해 안으로 잡아놓았기 때문에 큰 변동사항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