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 원전 해체시장은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주축으로 준비돼 왔는데 원전해체연구소가 설립되면 필요한 핵심인력과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돼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영구정지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기술의 개발,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기능, 인력 양성 등을 수행한다.
또 연구소는 원천기술의 상용화·실증을 위해 원자로 모형, 제염성능 평가시설, 절단설비 등 핵심장비도 구축하고 지역에서 원전 해체산업을 육성하는 허브 역할도 하게 된다.
원전해체연구소는 경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본원과 중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분원으로 설립된다. 본원은 7만3천㎡ 규모로 부산과 울산 접경지역에, 분원은 2만4천㎡ 규모로 경주시 나아산업단지에 세워진다.
이번 건설에는 모두 322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한수원 등 공공기관에서 1934억 원을 출연해 법인을 설립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설립 뒤 연구개발(R&D)사업에 1289억 원을 투입해 장비 구축 등을 지원한다.
한수원은 그동안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다. 구체적 사업으로 고리 1호기 증기 발생기 교체사업, 원자로 헤드 교체사업, 월성 1호기 칼란드리아튜브 교체사업 등도 확보했다.
한수원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원전 해체 기술과 인력 등을 더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았다.
국내에서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2030년까지 12기에 이르고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2030년까지 원전 해체산업 인력으로 26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면 원전 해체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출기반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부산시, 울산시, 경상북도, 경주시와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계기로 원전 해체산업의 생태계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용 창출 등 지역과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번 연구소를 설립을 계기로 국내 원전 해체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에서는 2030년까지 고리원전 1·2·3·4호기, 월성원전 1·2·3·4호기, 한빛원전 1·2호기 한울원전 1·2호기 등이 설계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전은 약 450기이다.
이 가운데 운영 연수가 30년이 넘은 원전은 305기로 약 68%가량을 차지한다. 영구정지된 원전은 173기이며 해체 완료된 원전은 21기에 불과해 원전 해체산업은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에 노후원전이 몰려있으며 이 지역의 노후 원전들은 2020년대 중반부터 영구정지된다. 체코, 대만 등에서 운영중인 노후 원전은 2030년부터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해체실적을 보유한 국가도 미국, 독일, 일본 3개 국가에 그치고 있다. 산업부는 2035년까지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톱5 국가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한수원은 원전 해체 기술과 인력을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한수원은 캐나다 원자력엔지니어링회사 키넥트릭스에 원전 해체 전문가 5명을 1년 동안 파견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캐나다 키넥트릭스와 맺은 계약을 계기로 유사한 사업 수주에서 한수원이 우위를 점하고 원전 해체와 관련해 해외판로 확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 컨설팅업체인 베이츠 화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은 549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