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기자의 눈

박근혜의 '청년희망펀드' 기부가 아쉬운 까닭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5-09-17 19:34:03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박근혜의 '청년희망펀드' 기부가 아쉬운 까닭  
▲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대타협을 계기로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희망펀드(가칭)’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펀드 1호 기부자’를 자청하고 2000만원을 일시금으로 기부하고 이후 매달 월급의 20%를 내기로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이 나오기 무섭게 황교안 국무총리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펀드를 관리할 ‘청년희망재단’ 설립 계획을 내놨다.

황 총리는 물론이고 장관, 국무위원, 공공기관장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청년실업 해결를 위해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서 나서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청년희망펀드를 만들면 가장 좋아해야 할 청년들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다.

김민수 청년유니온위원장은 “청년일자리 문제는 최저임금, 비정규직, 하도급 등 경제운영 과정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없이 대통령의 기부나 개인의 선의 차원으로 끌어내린 것은 좀 뜬금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를 국민 모금으로, 그것도 강제모금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많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말처럼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이 필요한 사안이지 개인의 기부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부터 나서 월급을 떼어내야 할 만큼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면 당연히 국가 재정(세금)으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청년희망펀드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증세 없는 복지’가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청년일자리 확충이나 사회안전망 구축은 정부가 철저한 계획 아래 예산을 배정해서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잠잠해 진지 얼마 안 된 데다 총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 추가로 세금을 걷거나 예산을 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산을 배정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예산들이지 않고, 기부금으로 청년일자리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생각은 박 대통령에게 ‘증세없는 복지’에 어긋나지도 않으면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묘안’으로 보였을 것이다.

청년희망펀드가 발표된 시점이 노사정대타협이 이뤄진 직후라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하지만 이는 ‘정답’이 될 수 없다.

공직과 민간을 두루 아우르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청년들의 고통에 진정으로 동참하고자 한다면 그 방식은 청년희망펀드 기부가 아니라 소득에 걸맞은 공정한 납세와 국가재정의 확충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증세 등을 통해 떳떳하게 마련한 재원으로 청년실업 문제에 ‘정공법’으로 맞서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인기기사

미국 반도체법으로 삼성전자 TSMC 인텔 포함 3475억 달러 투자유치, 'AI 패권'.. 김용원 기자
한국투자 “삼성중공업 목표주가 상향, 해양 프로젝트 매년 2조 매출 전망” 류근영 기자
수은법 개정에도 발묶인 한화-현대로템 폴란드 방산 수출, 정부 신속 금융지원이 열쇠 허원석 기자
샤오미 전기차 '생산 지옥'도 피했다, SU7 출시 1달 만에 "1만 대 생산" 발표 김용원 기자
신세계그룹 역량 입증할 첫 시험대 온다, SSG닷컴 '1조 풋옵션' 향방 주목 윤인선 기자
[여론조사꽃] 윤석열 지지율 23.8%로 하락, 영수회담 의제 1순위는 ‘채 상병 사건’ 김대철 기자
LG화학 1분기 영업이익 2600억 내 67.1% 감소, 석유화학 적자 지속 류근영 기자
LG엔솔 합작공장 캐나다서 비판 목소리 나와, “현지 일자리 보장 계약 없어” 이근호 기자
삼성물산 패션사업 '1위 수성' 아슬아슬, 돌아온 이서현 '명예 회복' 승부수는 김예원 기자
신영증권 “HD현대중공업 올해 실적 반등 전망, 특수선 수주 증가” 김호현 기자

댓글 (1)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지나가는 이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이 이해가 안갑니다. 대통령은 정책을 통해서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하는데, 그런 것은 제대로 하지못하면서(안하면서),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청년 펀드에 기부라니요. 대통령의 권한이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하는지조차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 대통령의 사고 수준이 이정도밖에 안된다는 데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2015-09-18 07: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