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4-13 17: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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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선도기업에서 개발한 최신 낸드플래시에 버금가는 제품을 곧 생산한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점했던 메모리반도체시장에 중국기업이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YMTC가 개발한 128단 3D 낸드플래시 'X2-6070'. < YMTC 홈페이지 >
13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말 128단 3D 낸드플래시 1차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 제품은 1.33TB 용량 'X2-6070'과 512GB 용량 'X2-9060'으로 나뉜다. 각각 QLC(셀당 4비트), TLC(셀당 3비트)를 지원하게 된다.
YMTC는 최근 협력사에 낸드플래시 견본을 제공해 품질을 검증받기도 했다.
YMTC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YMTC는 1.33TB QLC 제품 출시로 새로운 차원에 이르렀다"며 "여러 협력사와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상호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기본 저장단위인 셀을 입체적으로(3D) 얼마나 쌓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8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해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YMTC는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로 2019년 하반기부터 96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말 128단 낸드 양산에 성공하면 대략 1년 만에 새 공정으로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YMTC의 최신 메모리반도체 개발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자급정책의 성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칭화유니그룹 등 주요 반도체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제공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반도체산업 투자펀드’의 발기인 가운데 하나로 참여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앞으로 10년 동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YMTC의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중국이 중요한 메모리반도체에서 자립하겠다는 목표의 일부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YMTC의 성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적잖은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시장에서 2019년 4분기 기준 점유율 35.5%로 1위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점유율 9.6%로 다소 낮지만 시장의 선도적 지위에 있다.
하지만 YMTC 등 중국 기업들이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반도체 양산에 나서면 이런 점유율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특징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기업 이외에 새로운 생산자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반도체 수요자들은 가격 협상의 여지가 커지게 된다.
다만 그동안 YMTC 등 중국기업이 기술적으로 상당히 뒤처져 있었던 만큼 128단 낸드플래시 등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실제로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양산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2019년 10월 ‘미래전략산업브리프 9호’ 보고서를 통해 “YMTC는 2019년 9월 64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하고 2021년까지 128단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해 반도체 기술력을 과시했다”며 “하지만 YMTC가 공개한 4세대급 64단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2016년 12월 양산한 제품으로 선도 제품과 2년 이상의 기술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