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국어사전에는 ‘흥행이 크게 성공하다’ ‘큰 돈을 벌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유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큰 배라는 ‘대박(大舶)‘에서 나왔다는 설명이 있다. 예전에 밀항선이나 화물선 같은 큰 배가 온갖 물건을 싣고 항구에 들어오면 그 물건을 팔아 큰 돈을 벌 수 있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노름 용어 ‘박’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박은 노름에서 여러 번 패를 잡고 물주 노릇을 하거나 그렇게 해서 얻는 몫을 말하는데 여기에 대(大)가 붙어 ‘횡재’라는 의미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흥부가 박을 터트려 부자가 된 장면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영어에서는 hit the jackpot이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카지노 같은 곳에서 횡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돈벼락을 맞다’ 정도다.
대박이라는 말은 ‘비속어’ 취급을 받아왔다. 점잖은 사람들은 쓰지 않는 표현이었다. 그 말이 방송 오락물에서 쓰이고, 급기야 자막으로 자주 등장하면서 누구나 거리낌없이 사용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대박이라는 말에서 ‘한탕주의’가 연상돼 개운치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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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박이라는 말이 난데없이 화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탓이다. 워낙 파격이다. 박 대통령은 평소 '절제된 언어'를 써왔다. 그러다 보니 설왕설래가 끊임없다. “용어 선택의 천박함이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난도 나오고 “대박이라고 하니 정말 와닿는다”는 평가도 있다. “대통령 재미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런 말을 쓰는구나”는 반응도 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의 중요성을 명쾌하게 전달하고 싶어 그 말을 골랐을 것이다. 통일이 횡재라니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그동안 공격을 받아온 불통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박이라는 ‘친근한’ 말을 의도적으로 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는 이 말의 쓰임새가 약간 달라졌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부정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황당한 일이나 몰랐던 일 등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표현으로 대박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헐~ 대박’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통일이 대박이라고, 헐~ 대박!”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대통령 말의 품위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에 앞서 ‘대박’이라는 말이 지닌 이런 이중성을 참모들이 좀더 신중히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파격도 두루 살필 때 빛이 난다. 혹시라도 대박이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 ‘황당함’ 등으로 사용되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면, 이 말을 굳이 골라 쓴 것은 ‘절반의 실패’일 수도 있다. 혹 대통령 주변에 너무 늙은 참모들만 포진해 있어 그런 것을 아닐까? 그동안 박 대통령의 소통은 너무나 한정된 사람들과의 소통이 전부는 아니었을까?
신년 기자회견 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박 대통령이 SNS에 직접 댓글을 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절반의 대통령’이 아니라 이념과 세대와 계층을 넘어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소통하라는 의미의 주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도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