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쇄빙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에 속도를 낸다.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쇄빙 LNG운반선이 수주잔고를 확충하는 계기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선박 발주시장이 다시 녹는 계기도 돼주기를 바라고 있다.
▲ (왼쪽부터)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주될 것으로 여겨졌던 프로젝트 단위의 대규모 LNG운반선 가운데 러시아의 쇄빙 LNG운반선 10척은 발주가 멀지 않았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은 최근 선사들에 쇄빙 LNG운반선의 용선 발주를 위한 제안요청서(RTP)를 보냈다.
노바텍은 1월 쇄빙 LNG운반선 10척의 발주 가능성을 처음 내놓은 뒤 3월 중순 선박을 건조할 조선사 입찰을 시작했다. 그 뒤 2주 만에 선사 확보에까지 나서는 것인데 대규모 발주건으로는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다.
조선업계에서는 2분기 안으로 선박이 공식 발주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선3사는 극심한 수주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러시아 쇄빙 LNG운반선이 가뭄에 단비와 같다.
30일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이 2020년 수주목표의 6.2%를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4%, 3.6%를 채웠다. 조선3사의 합산 수주목표 달성률은 5%에 그친다.
일반적으로 선박 발주가 하반기에 몰리는 만큼 조선사들의 수주도 상반기에 적고 하반기에 많은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조선3사는 올해 수주가 부진하다. 3사 모두 목표달성에 실패했던 2019년보다 1~3월 누적 수주가 69% 줄었다.
이는 코로나19에 저유가가 겹쳐 선박 발주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월 말 기준으로 글로벌 누적 선박 발주량은 117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였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76.1% 줄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클락슨리서치는 2020년 글로벌시장에서 선박 발주량이 3850만 CGT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34%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상반기 선박 발주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선박 발주량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25% 줄어드는 수준까지 하향 조정했다.
이를 반영해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3사의 2020년 합산 수주 전망치를 31%나 낮췄다. 한국조선해양은 28%, 대우조선해양은 38%, 삼성중공업은 33%씩 전망치가 낮아졌다.
이처럼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러시아의 쇄빙 LNG운반선은 높은 부가가치 덕에 발주의 의미가 더 각별하다.
LNG운반선은 고부가선박으로 1척당 건조가격이 1억9천만 달러 수준인데 쇄빙 LNG운반선은 쇄빙선 설계가 적용되면서 선박 건조가격이 척당 3억 달러에 이른다.
대규모 발주건의 최대 메리트인 반복건조 효과까지 감안하면 러시아 쇄빙 LNG운반선은 단순히 높은 건조가격 이상의 수익성이 담보된 일감이기도 하다.
조선3사는 이 일감이 최대한 빨리 발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LNG운반선을 제대로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가 한국 조선3사뿐임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쇄빙 LNG운반선 발주는 다른 LNG운반선 발주처들의 선박 발주심리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를 포함해 카타르, 모잠비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LNG운반선이 대거 필요한 가스전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 프로젝트 개시시점이 2023~2024년에 몰려 있다.
그러나 조선3사는 이미 2023년 중반 인도분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채워가고 있다.
조선3사 모두 LNG운반선을 1년에 20척 안팎으로 건조할 수 있다는 슬롯 제한이 있는 만큼 선박 발주가 늦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LNG운반선을 제 때 확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 에너지회사 엑슨모빌은 모잠비크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운반선을 제 때 인도받기 위해 앞서 1월 삼성중공업의 슬롯 14척 분량을 예약해 뒀다. 그러나 카타르에서 발주를 앞둔 첫 40척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5척은 아직 건조 조선사가 결정되지 않았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쇄빙 LNG운반선의 싹쓸이 수주가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면서도 “다른 조선사와 나눠 수주한다고 해도 괜찮으니 빨리 나와 주기만 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얼어붙은 시장심리를 깰 계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