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반도건설과 우미건설이 까다로운 미국 건설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오너경영인의 적극적 의지 아래 국내 건설사들이 섣불리 진출하지 않는 선진시장 도전을 모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 (왼쪽부터)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이석준 우미건설 대표이사 사장. |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 가운데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세워 미국 건설시장 진입에 노력을 기울이는 대표적 업체로 반도건설과 우미건설이 꼽힌다.
반도건설과 우미건설은 2019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각각 13위와 35위에 올라있는 중견건설사로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지어 성장했다.
두 회사는 국내 공공택지가 갈수록 귀해지자 대형건설사 등도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는 미국시장 진출에 과감히 도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도건설은 최근 미국 로스엔젤리스(LA) 한인타운 중심가에 사업비 1억2천만 달러(한화 1500억 원)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더보라(The BORA)3170’으로 반도건설은 2022년까지 지하 1층~지상 8층, 252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를 조성한다.
반도건설이 해외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2011년 ‘두바이 유보라타워’를 준공한 뒤 9년 만이다. 유보라타워의 성공 이후 해외에서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충분한 시장조사를 먼저 진행했다.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은 2년 전부터 반도건설의 미국진출을 진두지휘했다. 시장조사부터 미국 주택시장 인허가 및 행정절차 연구 등 사업성 검토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권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했는데 본업에서도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은 공공택지가 귀해지고 지방,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대형건설사가 뛰어드는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번 LA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미국에서 반도건설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현재 미국 내 추가사업과 유럽진출 등도 검토하고 있다.
우미건설은 1년 전 미국 로스엔젤리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졌다.
이미 사업을 시작한 반도건설과 달리 아직은 시장조사 단계지만 향후 다양한 주택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우미건설은 2017년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법인을 세우면서 처음으로 해외사업에 진출했는데 선진시장으로까지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셈이다.
오너2세인 이석준 우미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년 동안 직접 미국 등 해외를 돌며 시장분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한 공학도 출신으로 부동산, 금융, IT(정보통신기술) 등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다. 최근 프롭테크, 공유주택, 부동산 자산운용업 등으로 우미건설의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에 IT를 결합한 서비스산업을 말한다.
이번 미국 법인 설립도 이런 우미건설의 사업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미국이 워낙 프롭테크 등 신기술에 발달한 선진시장이다 보니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최신 부동산시장 흐름 등을 배우고 연구할 것이 많다”며 “이런 경험들이 국내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