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국제유가 폭락에 따라 실적 불확실성에 다시 직면했다.
당분간 유가 및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 하락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예상돼 가스공사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해외사업 가치 하락, 수입비중 높은 미국산 LNG의 가격 경쟁력 악화 등도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가스공사 주가는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지속해서 떨어지면서 17일 1만9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5일부터 본격화한 것과 함께 가스공사 주가도 5일(2만7750원)과 비교하면 이날까지 39.7%가량 떨어졌다.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일 46.78달러에서 이날 28.7달러까지 떨어지면서 38.64%의 하락폭을 보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시차를 두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가스공사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 예상되며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수익성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도 일제히 가스공사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곧 LNG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는 LNG판매량 마저 줄여 LNG를 판매하는 가스공사의 매출액 감소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가 하락은 가스공사가 투자한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유자산의 손상차손을 인식하면서 실적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손상차손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영업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영업손실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순손실에는 포함된다.
가스공사는 미래가치를 기대하며 해외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투자했는데 유가가 떨어지면 기존에 추정했던 장부금액보다 가치가 떨어지면서 그 차이만큼 손상차손을 인식하게 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가스공사 해외자원 개발현장들의 손상차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과거에도 유가 전망치가 지속해서 낮아질 때 가스공사가 인식한 손상차손액도 2015년 1천억 원, 2016년 5천억 원, 2017년 9천억 원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해외자원 개발사업에서 손상차손 5천억여 원을 인식한 데 이어 올해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손상차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생산을 시작한 호주 프렐류드 GLNG사업에서 손상차손 4180억 원, 캐나다 혼리버사업에서 손상차손 1157억 원을 인식했다.
류지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우려했던 프렐류드의 GLNG에서도 생산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기부터 전체 자산의 25%가량의 손상이 발생했다”며 “올해 저유가 등의 영향을 받아 손상차손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이 밖에 가스공사는 모잠비크에서 로부마 해저가스전 4광구 개발, 맘바 가스전 개발사업을 놓고 각각 10% 지분을 확보해 놓았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스공사는 해외광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사업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해외사업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가스공사가 미국과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로 장기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LNG구입에서도 불리해져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산 LNG 가격은 미국시장 가격을 따르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생산하는 가스 가격이 유가에 연동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저유가일때는 상대적으로 미국산 LNG 가격이 높다.
가스공사로서는 미국의 LNG를 수입해 도매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에 앞서 가스공사는 지난해 9월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2025년부터 15년 동안 연간 158만톤(약 11조4680억 원)의 미국산 LNG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물량은 국내 연간 소비량의 약 5%에 이르며 한국은 세계 최대 미국산 LNG 수입국이 됐다.
2020년대 중반 기준으로 한국이 수입하는 전체 LNG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