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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9월부터 연봉의 30%를 반납하겠다고 3일 밝혔다. <뉴시스> |
나라 안과 바깥, 어디를 둘러보아도 기분 좋은 일이 많지 않던 차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찾아들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윤종규 KB금융 회장 등 국내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3일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해 연봉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세 사람은 최근 한 조찬에서 만나 급여와 단기 성과급의 30%를 9월부터 반납하기로 합의했다.
금융권에서 회장 등 경영진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임금을 자진반납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공동발표 형식으로, 그것도 신규채용을 위해 임금삭감을 거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봉을 스스로 반납키로 한 이들의 ‘결단’은 분명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성세환 BHK금융 회장, 박인규 DGB금융 회장, 김한 JB금융 회장도 9월부터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4일 뜻을 모았다.
그런데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반납’ 행렬을 보면서 불현듯 박근혜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오버랩 된다.
박 대통령은 8월 대국민담화를 통해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며 ”정부와 공공기관도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금년 중으로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정부기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관들은 더욱 빠르게 늘어갔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노사정 타협의 핵심쟁점으로 노동계와 재계, 정부의 입장이 지금도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속도를 내도록 압박한 것이 이번 금융지주 회장들의 ‘깜짝 발표’가 나온 배경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깜짝 발표를 하기 전 금융당국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무성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봉반납 결정에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채용 확대 등 정부의 정책기조에 호응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든, 아니면 금융그룹 회장들이 알아서 눈치보기를 한 것이든 모양새로 보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자율적으로 진행해도 충분한 일을 굳이 금융지주들이 모여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만 봐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공동행보는 금융권의 자율을 강조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금융지주 내부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