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3천억 원을 들여서라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 회장은 6개월 안에 코로나19 신약 임상에 진입하겠는 목표를 세웠다.
상용화까지는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우선 200억 원을 투자하고 상용화까지 3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서 회장은 “연구자원을 24시간 3교대 체제로 가동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임상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서 회장의 결단을 주시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을 놓고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우선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의 변이 가능성은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독감은 4~5가지의 바이러스 유형이 정해져 있지만 감기는 200종 이상의 변이가 존재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코로나19는 대표적 감기 바이러스로 아직 변종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변종이 출현할 수 있다.
정용석 경희대학교 생물학과(바이러스학) 교수는 12일 과학기술단체 공동포럼에서 “코로나19의 유형은 현재 2개로 분류되는데 이와 같은 유전체의 변이가 사람 사이의 전파 뒤 발생했을 확률은 낮지만 감염자 규모가 10만 명 이상으로 커지면서 새로운 유형이 출연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은 변이 가능성을 고려해 현존하는 바이러스, 변이된 바이러스, 장기적 변이를 전제로 한 바이러스 등 3가지에 대응한 치료제를 모두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 개발범위를 넓어지면 소요되는 시간은 늘어나고 비용은 추가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서 회장이 예상하는 3천억 원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신약을 개발할 역량이 되는지를 놓고 의문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이 첫 후보물질 탐색부터 마지막 승인까지 신약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은 평균 0.01%에 불과하다. 셀트리온과 같이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경험 없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특화된 기업이 신약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에서는 선두주자이지만 신약을 개발할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특히 코로나19 치료제는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화학의약품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셀트리온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화학의약품도 개발하고 있지만 주력사업은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의 과거 사례를 봐도 코로나19 개발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도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메르스 치료 후보물질 ‘CT-P38’은 아직도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CT-P38은 비임상시험만 마친 상태로 아직 임상에도 들어가지 못해 사실상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뒤에는 진전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에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CT-P38을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시간이 지나 코로나19 사태가 잦아지면 메르스 치료제 개발처럼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셀트리온 외에도 한미약품 등 15곳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단 1개만 상용화되더라도 성공하는 것이다.
▲ 셀트리온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정진 회장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하겠다고 밝힌 점을 두고 셀트리온의 기업가치를 올리려는 발언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서정진 회장이 처음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것보다 기존 치료제를 이용한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렘데시비르’를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후베이성에서 렘데시비르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고 첫 임상결과가 빠르면 4월경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존 치료제를 활용하면 수년이 걸리는 후보물질 탐색, 임상1상, 임상2상을 모두 건너뛰고 임상3상과 최종 판매허가만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정말 끝까지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면 좋겠지만 지나친 기대감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