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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침묵을 깨고 3년여 만에 공개강연에 나섰다.
이 전 총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등 최근 정치권 이슈를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총재는 2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수직적 통치형태로 회귀하려는 것 같다”며 박근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주제로 특강을 하는 자리에서 박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만 정의라고 독단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문제도 언급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 전 총재의 핵심 측근 인사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 회창 전 총재에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으며 2000년 총선과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이 전 총재의 핵심 정책참모로 일했다.
이 전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었다”며 “유승민 의원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배신자라는 욕이 막 쏟아져 나오고, 왕따시키는 것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세에 몰려 부화뇌동하는 이런 분위기는 정말 유해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가 측근인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파동에 대해 크게 섭섭함을 느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재가 공개석상에서 강연에 나선 것은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이 전 총재는 “대통령은 앞으로 총리에게 역할 분담으로 일을 시켜야 한다”며 “총리는 대통령과 항상 맞서 싸우란 얘기는 결코 아니지만, 대통령이 싫어해도 바른 소리를 하고 직언을 해야 한다”고 총리 역할론을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강연에서 남북 갈등, 청년 실업 등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정의의 리더십이 결여되면 암울하고 희망 잃은 사회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시절에도 박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 전 총재가 2007년 대선 당시 대선후보로서 박 대통령의 집을 2차례나 찾아갔으나 박 대통령은 만남을 거절했다.
이 전 총재는 6월 팔순을 맞았으며 정치역정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지난 1997년과 2002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ㆍ한나라당 후보, 2007년에는 무소속 후보로 모두 3차례 대선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