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환 CJCGV 대표이사가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취임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본 데 이어 증시 부진에 자회사 상장 철회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매장 휴무까지 고난이 이어지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가 사업의 성과를 가리면서 재무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10일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최 대표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다.
CJCGV는 1월24일부터 중국에서 극장 영업을 못하고 있다.
중국 영화국이 요청을 한 데 따라 매장 문을 모두 닫았는데 CJCGV는 특히 국내 영화사들 가운데 해외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해온 만큼 타격이 크다.
CJCGV는 중국에 극장을 142곳 운영하고 있다. 13곳인 롯데시나마를 크게 웃돈다.
CJCGV는 2월11일 올해 사업을 설명하는 콘퍼런스콜 때까지만 해도 2월 안에 중국에서 문을 다시 열고 3~4월에 회복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CJCGV는 중국 극장의 임차료를 줄이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CJCGV가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서며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추정한다. 매출은 전혀 올리지 못하는 반면 고정비용은 계속해서 나가기 때문이다.
CJCGV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살펴 중국 당국과 협의해 영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로서는 해외 확장을 착실히 수행한 결과가 오히려 더 큰 피해로 돌아오고 있어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CJCGV는 2019년에 중국 매장 숫자를 141개로 19.5% 늘렸다. 현재 한국 직영매장 115곳보다 많다.
중국 매장 확장에 힘입어 2019년 중국 매출은 980억 원, 영업이익은 46억 원으로 각각 2018년과 비교해 13.7%, 20.5% 증가했다.
CJCGV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매장을 각각 15% 이상씩 늘렸다. CJCGV는 베트남에서 극장사업자 1위, 인도네시아에서 2위다.
최 대표는 재무 개선을 위해 지난해 말 CJCGV 해외법인들의 지주사 격인 CGI홀딩스 지분을 일부 매각해 3300억 원을 유치했다.
이 자금으로 본사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해외법인들의 사업을 넓히는 데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있다.
최 대표는 2018년 10월 CJCGV 대표에 취임하자 대외 악재에 시달렸다.
CJCGV는 2018년 11월 CJCGV베트남홀딩스 증권신고서를 철회했다. 당시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으로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전임자로부터 물려 받은 짐도 무겁다.
CJCGV는 2016년 터키 영화관사업자 마르스를 인수하는 데 8046억 원을 들였다. 그러나 곧 터키가 경제 위기를 맞고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CJCGV는 대규모 평가손실을 안았다.
CJCGV는 재무투자자를 들이면서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었다.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매각자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 계약은 2021년 5월에 만료한다. CJCGV는 그동안 쌓아온 평가손실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CJCGV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는데도 세전손실 2077억 원을 냈다. TRS 평가손실 715억 원, 손상차손 1272억 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