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이 헬릭스미스 지분을 늘린 것은 헬릭스미스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헬릭스미스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최근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에서 약효 입증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잃었다. 특히 실패원인을 약물 혼용 때문이라 추정했다가 이후 말을 바꾸면서 많은 혼란을 던졌다.
하지만 블랙록은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가 헬릭스미스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작성했음에도 오히려 지분을 확대하는 등 헬릭스미스를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
김선영 대표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엔젠시스(VM202)’ 임상에 전력을 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미스 주주들은 그동안 주가 부양을 위해 엔젠시스를 기술이전하거나 경영진이 헬릭스미스 주식을 추가매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현재 주식을 추가 매수할 여력이 없다”며 곤란함을 표시했다.
하지만 블래록의 지분 확대로 기업가치가 오른다면 김 대표가 주가 부양을 위해 무리하게 엔젠시스 기술이전을 추진하거나 주식을 매입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실제 블랙록의 지분 확대가 알려진 5일 헬릭스미스 주가는 7.66% 급등했다.
주가 하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헬릭스미스는 최근 334억 원가량의 만기전 사채를 갚기 위해 550억 원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조만간 엔젠시스의 후속 임상3-2상을, 하반기에는 임상3-3상을 시작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다만 이번 블랙록의 헬릭스미스 지분 확대를 과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선도 있다.
블랙록은 2019년 10월 신라젠 지분을 5.01%까지 확대했고 신라젠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이어간 적이 있다. 하지만 블랙록은 2019년 12월에는 신라젠 지분율을 3.61%까지 낮췄고 신라젠 주가는 올해 1월 1만9700원까지 오른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헬릭스미스가 임상 성공 등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자산운용사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블랙록은 헬릭스미스 뿐만 아니라 에이치엘비 2대주주에 올라있기도 하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주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등하고 있는 시점에 블랙록의 헬릭스미스 지분 확대는 분명 긍정적”이라며 “다만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려면 올해 2분기 안에 엔젠시스의 후속 임상3상을 신청하는 등 다음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